네잎클로버

by 승현

어린 시절,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니곤 했다.
동네에 아무 데나 있는 풀밭에 가서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풀들을 헤집곤 했다. 그곳에 세잎클로버 수백 줄기가 피어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릎을 꿇고 풀 냄새를 맡으며 흙 밭을 헤집었다. 그러다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면 세상의 행운은 다 내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가져가 가장 두꺼운 책에 끼워 넣고는, 이 풀 줄기가 내 어둠을 알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이것은 일탈도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며칠에 한 번은 반드시 하는, 그런 일상이었다.

오늘 우연히 네잎클로버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한 게 언제였더라. 어른이 되고 떠올려 보니 수백 년도 전에 있었던 일 같이 느껴진다.
이제 나는 그 행운의 상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다. 항상 걷는 곳의 발치엔 콘크리트로 만든 인도의 연석만 있을 뿐이다. 조금 걸어 도착한 공원의 나무 아래에는 마른 가지와 솔방울들만 떨어져 있다. 대체 그 많던 클로버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일 수 있는 장소가 없어져 버렸다.

어린 시절 네잎클로버를 끼워놨던 책은 어느새 사라졌다. 바지 자락에 더 이상 흙을 묻히지 않게 된 나이부터, 아마 나의 행운 찾기는 끝난 것이 아닐까.
최근에 안 것인데,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란다. 그 시절 행운을 찾아다니던 나는 수많은 줄기의 행복 속에 파묻혀 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밟고 올라설 행복도, 찾아 나설 행운도 보이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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