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운동화 끈을 묶는 것부터 시작되는 변화
변화를 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뇌가 변화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꼭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그 변화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꾸준하게 어떤일을 실천하고 싶다면, 가장 쉬운 일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한 번 습관이 형성되면 의식적인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실행된다(Graybiel, 2008).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진정한 행동 변화는 정체성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Clear, 2019).
매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일부터 하자’며 하루를 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대신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활할까?’라고 질문해보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콜라 대신 물을 마시는 선택들처럼 말이다. 이렇게 정체성을 기준으로 일상의 선택을 바꾸며 큰 체중 감량을 이룬 사례도 있다.
'정체성identity'라는 말은 '실재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essentitas'와 '반복적으로'를 뜻하는 'identidem'에서 파생되었다. '반복된 실재'라는 말이다. 어떤 정체성에 대한 증거가 쌓여갈수록 그 정체성은 더욱 강화된다. 습관을 세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세웠고, 퇴근 후에는 매일 TV를 시청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운동을 하고 싶다. 하지만 늘 실패하고 있다. 그럴 때 유용하게 써볼 수 있는 방법이 ‘습관 쌓기(habit stacking)’다.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행동에, 새로 만들고 싶은 습관을 나란히 붙여보는 방식이다.
퇴근하고 TV를 보는 것이 이미 굳어진 습관이라면, 그 행동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습관을 시작하는 신호로 활용해보자. TV 앞에 운동기구를 놓아두고, TV를 켜는 순간 가볍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런닝머신에 오르거나 실내자전거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 순간 운동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재미를 느끼는 순간, 그 행동은 일상이 되기 시작한다.
습관을 만드는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의지력을 시험하는 방법보다는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집에 와서 외투를 벗는 순간 바로 운동복을 갈아입는 것처럼,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은 최대한 쉽게 만들어보자.
반대로 TV 리모컨을 서랍장 안에 넣어 두는 것처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더 어렵게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경을 정돈해가는 것이 나를 채찍질 하는 것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Flett et al., 1995). 그러나 처음 시작은 누구나 서툴고, 잘하지 못한다. 습관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순간마다 우리는 그 습관과 연관된 특정한 신경학적 회로를 활성화한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Lally et al., 2010). 습관이 자동화되려면 얼마나 오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변화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우리는 흥분하고 빨리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럴 때엔 '2분 규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개념은 습관을 가급적 시작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첫 시작 2분은 쉬워야 한다. 시작 시점에서부터 완벽한 습관을 만들려고 애쓰는 대신, 쉬운 일을 더욱 지속적으로 반복하라. ‘매일 헬스장에 가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화끈을 매자’라고 마음먹으면 반복하기 쉬워진다.
변화를 결심했는데도 계속 실패하는 것 같다면, 그건 당신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시작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변화는 늘 서툴게 시작되고, 대부분 작게 유지된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반복이 쌓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습관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습관이 자동화되려면 얼마나 오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부마안 TIP - 변화를 하고 싶다면 어깨에 들어간 힘부터 조금 빼보자. 변화는 거창한 결심보다는 ‘이걸로 뭐가 달라질까?’ 싶은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보자.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반복하는 거야.
1) Graybiel, A. M. (2008). Habits, rituals, and the evaluative brain.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31, 359–387. https://doi.org/10.1146/annurev.neuro.29.051605.112851
2) Clear, J. (2019).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이한이, Trans.). 비즈니스북스. (Original work published 2018)
3) Flett, G. L., Hewitt, P. L., & Martin, T. R. (1995). Dimensions of perfectionism and procrastination. In J. R. Ferrari, J. L. Johnson, & W. G. McCown (Eds.), Procrastination and task avoidance: Theory, research, and treatment (pp. 113–136). Plenum Press. https://doi.org/10.1007/978-1-4899-0227-6_6
4)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6), 998–1009. https://doi.org/10.1002/ejsp.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