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지구를 탈출하는
마케터를 위한 안내서

4화. 마케팅은 '사냥'이 아니다. '테라포밍(행성 개조)'이다.

by 김보영

4화. 마케팅은 '사냥'이 아니다. '테라포밍(행성 개조)'이다.


그동안 우리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단 한 가지 질문만 붙들고 살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팔까?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왔던 깔때기(Funnel) 모델의 본질은 솔직히 말해 착즙(Extraction)이다. 수많은 사람을 위로 쏟아붓고, 거르고 걸러서, 마지막에 남은 구매자라는 알갱이를 쥐어짜 내는 과정. 마치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과 똑같다. 필요한 금(매출)을 캐내고 나면, 그 땅(시장)은 파헤쳐진 채 버려진다.


우리가 흔히 쓰는 타겟(Target)이라는 용어만 봐도 답이 나온다. 고객을 사냥감이나 채굴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조준경을 들이대고 있다는 뜻 아닌가. 총을 겨누는데 도망가지 않을 고객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만들려는 Sphere(구체)의 세계관은 다르다. 이곳에서의 마케팅은 사냥이나 채굴이 아니라, 테라포밍(Terraforming)에 가깝다. SF 영화에서 척박한 화성 같은 외계 행성을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으로 개조하는 그 작업 말이다.


자, 냉정하게 우리 브랜드라는 행성을 한번 둘러보자. 혹시 고객에게 사세요, 사세요!라고 외치는 광고판만 무성하고, 정작 숨 쉴 공기는 하나도 없는 삭막한 황무지 아닌가? 중력(매력)이라곤 1도 없는 그런 행성에는 누구도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잠깐 들렀다가도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서 도망치기 바쁘다.


그래서 Sphere Marketing의 핵심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세계관(World)을 짓는 것이다.


제품의 스펙을 줄줄이 나열하는 대신, 이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힙한 문화를 심는 일. 10% 할인 쿠폰을 전단지처럼 뿌리는 대신, 고객이 스스로 떠들고 놀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다지는 일.


예를 들어볼까?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행성에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한다는 아주 강력한 대기가 흐른다. 그곳의 고객들은 단순히 옷을 사는 소비자가 아니다. 그 철학에 동참하는 거주민(Citizens)이자 시민이다. 그들은 굳이 붙잡지 않아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그 행성 위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깔때기 모델의 밀어내기(Push)와 Sphere 모델의 당기기(Pull)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다. 억지로 등을 떠밀어 결제창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매력적인 중력장으로 고객을 끌어당겨 엉덩이 붙이고 앉게 만드는 것.


마케팅은 이제 파는 기술을 넘어, 고객이 기꺼이 머물고 싶은 살 만한 곳(Habitable Zone)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브랜드 행성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흐르는 낙원인가, 아니면 호객 행위의 소음만 가득한 사막인가?


다음 주에는 이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진짜 힘, 중력(Gravity)과 밀당(Push vs Pull)의 원리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 보겠다. 이제 사냥총은 내려놓고, 삽을 들어라. 행성을 지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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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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