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지구를 탈출하는 마케터를 위한 안내서

5화. 마케팅,언제까지 고객 등 떠미는 '막노동'만 하실 건가요?

by 김보영

5화. 마케팅, 언제까지 고객 등 떠미는 '막노동'만 하실 건가요?


마케팅 깔때기(Funnel)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꼭 워터파크 미끄럼틀 같다. 위에서 고객을 톡 놓으면, 중력에 의해 슈욱-하고 미끄러져 내려와 구매라는 풀장에 풍덩 빠질 것만 같다. 하지만 현업 마케터들은 다 안다. 그게 얼마나 순진한 판타지인지.


현실의 고객은 절대 스스로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미끄럼틀 중간에서 손잡이를 꽉 잡고 버티거나, 아예 거꾸로 기어 올라가 탈출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120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막노동을 해왔다. 이름하여 밀어내기(Push) 전략. 광고로 억지로 입구에 밀어 넣고, 이탈하려는 고객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할인 쿠폰을 쥐여주며 다시 안으로 밀어 넣는다. 잠시라도 힘을 빼면? 고객은 빛의 속도로 증발해버리니까.


솔직히 이거, 현대판 시시포스의 형벌 아닌가? 신화 속 시시포스가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면 다시 굴러떨어지듯, 우리도 고객을 결제창까지 힘들게 밀어 올린다. 하지만 결제가 끝나는 순간, 고객과의 관계는 다시 0(Zero)으로 굴러떨어진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또 다른 고객이라는 바위를 맨 밑바닥부터 다시 밀어 올려야 한다. 이게 방전이 안 되고 배기겠나.


이제 땀 좀 닦고, 관점을 바꿔보자. 우리가 지난주에 건설하기 시작한 행성, Sphere(스피어)의 세계로 말이다.


우주를 보라. 지구가 달을 붙잡아 두려고 뒤에서 밀고 있나? 아니면 밧줄로 묶어서 억지로 당기고 있나? 아니다. 지구는 그저 그 자리에 묵직하게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도 달은 도망가지 않고 지구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중력(Gravity)이다.


학창시절 물리 시간 기억나는가? 중력은 질량(Mass)에서 나온다. 질량이 클수록 끌어당기는 힘도 강력해진다. 마케팅도 똑같다.


압도적인 제품의 퀄리티, 듣다 보면 빠져드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 유용한 콘텐츠와 끈끈한 팬덤 문화. 이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여 브랜드의 질량(Mass)을 만든다. 이 질량이 충분히 무거워지면, 우리가 굳이 확성기 들고 "여기 보세요!"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고객은 자연스럽게 이끌려 궤도 안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당기기(Pull)의 힘이다.


깔때기 모델이 '어떻게 하면 더 세게 밀어서 떨어뜨릴까'를 고민하는 속도와 압력의 싸움이라면, 스피어 모델은 '어떻게 하면 우리 행성의 체급(질량)을 키워 강력한 중력을 만들까'를 고민하는 밀도와 매력의 싸움이다.

억지로 등을 떠밀려 구매한 고객은 문을 나서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지만, 중력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온 고객은 구매가 끝난 후에도 위성처럼 궤도를 돌며 우리 곁에 머문다.


지금 당신의 마케팅은 어떤 힘을 쓰고 있는가? 매일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어도 끌려오는 거대한 자석인가?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Sphere 행성의 내부를 해부용 칼로 '쩍' 갈라보려 한다. 고객이 처음 닿는 차가운 표면인 지각부터, 가장 뜨거운 열정이 끓어오르는 핵까지. 단순한 구매 전환이 아닌, 고객 여정의 깊이(Depth)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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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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