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는 마음
엄마와 통화하다 보면 이런 말로 툭 끊길 때가 많다.
“어어, 막내야. 우선 전화 왔다. 나 바쁘다. 다음에 전화하자.”
엄마를 찾는 또 다른 전화다. 딸과의 통화 중이라도 엄마는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여든넷의 엄마에게 전화벨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긴박한 신호다.
잠시 후 다시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나는 짐짓 놀라 묻는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급한 일이 아니면 먼저 전화를 거는 법이 없는 분이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러면 엄마는 수줍은 듯 말씀하신다.
“아니, 아까 전화 와서 얼른 끊은 게 미안해서. 친구들 전화는 나중에 받아도 되는데, 혹시나 급한 일일까 봐 내가 그랬네.”
그 미안함 섞인 고백을 들으며 깨닫는다. 엄마는 사람을 의지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부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엄마, 괜찮아요. 엄마 찾는 사람 많은 건 좋은 일이죠. 엄마 편한 대로 하셔요.”
전화를 끊으며 생각한다. 나라면 엄마 같은 사람을 꼭 친구로 두고 싶겠다고. 기대지 않고, 불평하지 않으며, 누구의 부름에도 “그래, 좋지.” 하고 응답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엄마의 전화는 늘 기분 좋은 소식을 데려온다.
“식혜 먹고 왔어. 먹다 보니 자식 생각나서 만들어야겠더라고.”
내가 바쁘다며 말을 흐리면, 엄마는 서둘러 덧붙이신다.
“괜찮아. 만들어 놓고 못 오면 엄마 거고, 오면 네 거지.”
기대하지 않아서 섭섭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언제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사람. 엄마의 전화벨은 재촉하지 않는다. 기다리되 구속하지 않는, 그 넉넉한 소리다.
그것은 언제든 세상을 향해 나설 준비가 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리듬이자, 사랑하는 이들의 부름에 가장 다정하게 응답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