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말

삶을 세우는 단단한 태도

by 라온제나

엄마는 어려운 말을 선택하지 않았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말은 더 단순해졌다.

부정적인 말 대신, 엄마는 늘 한 박자 늦게라도 긍정의 말을 놓지 않았다.

그 말은 상황을 부정하는 낙관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드는 최소한의 태도 같았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엄마는 다그치지 않았다.

성적표를 들고 고개를 숙인 날에도 엄마의 첫 말은 늘 같았다.

“괜찮아. 하나님이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실 거야.”

그 말은 위로였고,

우리의 앞날을 미리 단정 짓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실패로 우리를 몰아세우지 않겠다는 약속 같기도 했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엄마는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의 사업 실패 이후 집안의 공기가 눈에 띄게 무거워졌을 때에도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이래도, 너희는 지금보다 잘 될 거야.”

확신에 찬 말투였고 그 말 속에 담긴 소망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 한마디 덕분에 우리는 가난을 영원한 상태로 착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앞이 막막해 보일 때마다 엄마는 길을 정해주기보다 이렇게 말했다.

“기도해 보자. 그리고 힘내자.”

답을 주기보다 견딜 수 있는 방향을 먼저 보여주었다. 버티고 견디면 길은 나중에 보인다는 듯이.


엄마는 절망을 키우는 말을 경계했다. 답답해하지 말라고,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했다.

삶에는 아직 다음 장이 남아 있다는 듯이 말로 먼저 삶을 닫아버리는 일을 하지 않았다.


가장 오래 남은 말은 이것이다.

“가난은 내 책임이고, 노력은 너희 책임이야.”

엄마는 자기 몫을 피하지 않았고 우리의 몫을 대신 살아주려 하지도 않았다.

그 말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를 미래로 보내는 말 같았다.

돌이켜보면 엄마의 긍정은 현실을 모르는 낙관이 아니었다.

현실을 정확히 알기에 말만큼은 무너지지 않게 끝까지 붙들고 있던 태도였다.


삶이 흔들릴수록 말부터 바로 세우던 사람이었다. 엄마는 삶을 바꾸기보다 삶을 대하는 말을 바꾸며 살았다. 그리고 그 말들은 우리 안에 남아 지금도 길을 잃지 않게 한다.


이제야 느낀다. 엄마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우리 안에 소망을 담아두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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