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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Mar 22. 2024

3. 룽지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강아지에게 협박은 통하려나...

최근에는 룽지를 데리고 산책을 많이 했어요. 저는 강아지 산책시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저는 강아지를 키우기 전(키우는 건 누나지만, 누나네는 룽지의 잠자는 곳 정도인 것 같아요.)에 세나개나 기타 강아지 훈련 프로그램을 많이 봤거든요? "에이 저 정도는 나도 하는데, 왜이리 강아지 리드를 못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정말 말을 안 들으면 안 듣는대로 냅두고 먹을 걸로 잘 유인하고 이러면 순조롭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첫 산책을 시키려고 할 때도 호기롭게 해보려고 했죠.


그런데... 이거 원, 목에다가 하네스를 집어 넣는 것도 어려운 것 아니겠어요. 목에 하네스를 넣으려고 할 때마다 요리조리 피해다니고, 도망 못가게 잡아서 억지로 넣으려고 하면 물고... 산책 시키려고 할 때마다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분명 산책을 좋아할텐데 겨우 하네스를 못 착용한다는 이유로 자꾸 일이 늦어지는 게 답답했죠. 그때마다 사료를 바닥에다가 뿌려논 후, 룽지가 주워먹을 때 먹이와 룽지 사이로 하네스를 놓아 목에 메는 방법을 고수했죠. 그랬는데,,,

결국 피를 보고 말았습니다. 목에다가 넣는 건 성공했는데, 자꾸 하네스가 좌우로 돌아가더라고요. 좌우로 돌아간 상태에서 버클을 채우다가 룽지 다리가 하네스에 낑기는 바람에... 순식간에 물리고 말았네요......


전에 예방 접종을 맞으러 갔을 때도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놓는 도중에 룽지를 막 혼내더라고요. 아마 입질을 한 것 같아요. 의사선생님이 "너 그러면 혼나"라면서 2분 정도를 막 혼내시는데, 쪽이 팔려서 원... 주사를 맞히고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분이 오셔서 하는 말씀이 룽지가 뒷목 부분이 유독 민감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유기견이었을 테니 아마 잡거나 하는 도중에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닐까라고 하시던데, 뭔가 짠하더라고요.


여하튼 그건 그거고,,, 물려서 아픈 건 다른 이야기잖아요... 유튜브에서 배운 바로는 물린 직후에 바로 "아야!"라든지 "아퍼!"라든지 크게 말을 하라고 했는데, 그때 벙쩌서 그냥 혼잣말로 "아야.."라고 했는데 요놈이 문 게 고의가 아니라는 듯이 앞에서 멀뚱히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랑 안 놀아"라고 하면서 룽지를 요리조리 피했는데, 쫄래쫄래 따라오고 옆에 착 달라 붙는 거 아니겠어요.

(따라오면 이런 식으로 홱 뒤돌았네요.)


분명 "아야!"라고 크게 말도 안 했는데 자기가 세게 깨문 걸 아는 걸까요. 궁금해서 온라인 상에 찾아보긴 했는데, 강아지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른다고 하는데,,, 아마 제가 물린 뒤로 룽지가 와도 뒤돌아서고 도망가서 그거를 보고 눈치를 본 것 같아요.


여하튼 물렸어도 산책은 가야죠? 삐친 척을 10분도 못했네요. 아까 못다멘 하네스를 메고 얼른 산책을 하러 갔어요. 시간이 제법 지체됐으니까요. 아니 그런데 얘는 왜 밖에서 이래 정신을 못차릴까요. 하네스와 줄을 다메고 밖으로 나갔는데, 한 발자국 갔다가 멈추고 한 발자국 갔다가 멈추고... 제가 이 친구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 진짜 목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 조그만하니까 밑에 발에 치이지 않게 계속 발밑 쪽만 바라봤으니까요. 어떨 때는 뛰다 갑자기 멈추고... 아휴 답답해 죽는 줄 았았다니까요.


먹이로 유인하라고 하는데 얘가 주변에 차가 다니는 소음과 사람이 지나다니는 걸 보고 긴장을 해서 그런지 먹이를 코에다가 대도 집중을 못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막 두려움에 떠는 건 아닌데, 그쪽에 정신이 팔려서 갑자기 멈추고, 이리저리 냄새 맡고,,, 얘한테 휘둘리다간 저도 정신이 없을 것 같아 제가 리드를 했죠. 아마 반 정도는 질질 끌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차가 없는 산책로에 다다르니 이곳저곳 잘 누볐던 것 같아요. 다음에도 이러면 안 되니까 저도 공부 좀 하고 와야겠어요.


오늘 이렇게 일을 마치고 서로 피곤하니 집에서 곯아 떨어졌어요. 저는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그냥 바닥에 누워서 낮잠을 잤어요. 그런데...... 룽지가 또 사고를 쳤네요...

어쩐지 제가 잠결에 깼는데 옆에서 룽지가 오도독 오도독 뭘 씹고 있더라고요. 그냥 자기 장난감을 씹었겠거니 하고 다시 잤는데, 아오 이 자식이 제 안경을 씹고 있던 거더라고요. 안경알 맞춘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게다가 이왕 산 거 제일 비싼 거 사서 안경점 아저씨도 "비싼 것 샀으니 1년은 더 쓰실 수 있어요~"라고 하셨는데... 일어나보니 안경이 8자로 꺾여 있더라고요. 일단 구해서 테이블에다가 놨는데, 안경알 하나는 또 어디갔고, 안경알에 흠집은 무지막지하고... 룽지 덕분에 세상을 흐릿하게 볼 수 있겠네요.


요놈을 키우다 보면 정말 답답하고 어이없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네요... 그래도 어쩔까요. 하는 짓이 귀여우니 원...  

산책 가기 전에 말 좀 잘 들으라고 룽지를 협박하는 모습
협박에 굴해 무릎 꿇은 룽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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