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원 추천서를 두 건이나 썼다.
한 명은 우리 팀 후배 S였고 또 한 명은 전 탄자니아 J지부장이었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같은 대학원 같은 과정에 입학지원서를 냈다. 먼저 우리 팀 후배 S가 대학원 진학 의사를 밝혔다. 국제개발과정을 알아보다가 대학원 동기가 근무하는 한 학교를 소개해 주었다.
9월, S와 탄자니아 출장을 갔을 때였다. 업무 협의를 위해 만난 J지부장도 “저도 그 대학원에 지원하려고 해요”라며 웃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추석 연휴 어느 날 그에게 연락이 왔다. 입학 서류에 들어갈 추천서를 한 통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대학원 안내문을 따라 두 사람과 함께 일하며 직접 겪은 일들을 중심으로 정성스럽게 적었다. J지부장은 탄자니아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경험 많은 인재였고, S는 앞으로 선수가 될만한 원석이었다. 추천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J는 현장 감각과 리더십을 지녔습니다. 교통체증이 심한 다르에스살람 슬럼 사업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할 정도로 헌신적이었으며, 어린 세 자녀를 키우면서도 지부장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유창한 스와힐리어로 현지인들과 막힘없이 소통하고, 아동 가정을 직접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해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개발협력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고 있어 본 대학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과 탄자니아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S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지난 사업 자료를 검토하며 업무 내용을 이해할 정도로 일에 열정이 있습니다. 현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파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본질이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아동 삶을 변화시키는 데 가치가 있다는 사실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일할 때는 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이 해외현장에서 아이들만 만나면 다정하게 바뀌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장래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 발전에 기여할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하며, 귀 대학원에 추천합니다.”
대학원 동기더러 추천서를 입학처에 두 건이나 보냈다고 하니 “학교에 오면 점심도 사고 캠퍼스 구경도 시켜주겠다”며 반가워했다. 주임교수 면담까지 주선하겠다고 나섰다. 입학원서를 쓰기도 전이었지만, 우리는 학교에 갔다.
교수님은 우리 셋이 함께 만났는데 국제개발 석사 교육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S는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명함을 보니 교수님은 우리 팀 업무가 관련된 학회 회장이셨다.
기관에서 우리 팀에 요청한 ‘컨설팅’이 떠올랐다. 마감 기한을 앞두고 적임자를 찾지 못해 쫓기던 참이었다. 교수님을 뵌 김에 혹시나 싶어 전문가 추천을 부탁드리니, 학회 내 관련 분과 위원 중에서 섭외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더 궁금하셨는지 “해외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나요?”라고 물으셨다.
여러 프로그램을 말씀드렸는데 그중 유아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 놀라셨다.
“개발도상국 초등교육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유아교육은 여전히 비어있습니다. 지금 운영 중인 데이케어 프로그램과 여성 일자리 사업을 묶어서 기관 대표 사업으로 발전시켜 보는 건 어때요?”
더 매력적인 ‘대표 사업’을 찾아 헤맸지만,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유아교육 프로그램은 기관 안에서도 비중이 작고 주목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는 일이 더 쉽고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교수님 조언대로 학회 홈페이지를 살폈다. 우리 사업을 컨설팅할 전문가를 찾았고, 마침 직장 근처 공공기관에 계신 분이 적임자였다. 먼저 전화를 드려 찾아뵈었더니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히셨다. 그분은 동료 교수 두 분까지 더 추천해 주었고, 전문가 세 분이 컨설팅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온 해외 프로그램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사업 자료를 꼼꼼히 검토한 뒤, 기한보다 며칠 앞서 의견서를 보내주었다. 마지막 날에는 직접 기관을 방문해 임직원들 앞에서 컨설팅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운 좋게 대학원 추천서 한 장이 컨설팅 보고서로 돌아왔다.
추천서를 낸 두 사람은 대학원에 합격했고, 직장에서는 컨설팅에 참여했던 전문가 한 분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운이 좋았다. 할렐루야!
이게 모두 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가겠다는 S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 다음화는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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