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밖에는 눈발이 날렸다.
일요일 오후 빈집을 지키다 신나게 달리고 왔다. 6km. 몸을 사려서 천천히 짧게 뛰었다.
그동안 무릎에 전에 없는 느낌이 있어서 3주나 달리기를 쉬었다. 푹 쉬었어야 했는데 며칠 쉬다 뛰다를 반복했더니 불편감은 더 심해졌고 결국 오랫동안 못 뛰게 되었다.
만날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살다가 오랜만에 해방감을 맛봤다. 이 맛에 뛰는구나.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부상을 조심해야지.
이 시각 아내와 아이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아빠! 닭이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꼭 끼오”
“짱구랑 오징어가 다른 점은?"
"말릴 수가 없다”
애들이 영화 보러 나가면서 실없이 물어본 아재 개그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요즘 따라 셋이 잘 뭉쳐 다닌다.
혼자 빈집에서 노트북에 이것저것 글이나 쓸란다.
타다닥 타다닥
빈 집에선 자판 두들기는 소리랑 노트북 돌아가는 소리 밖에 안 들린다.
다음 주에 올릴 브런치 원고를 다듬다가 대학생 때 했던 싸이월드 생각이 났다. 과후배였던 아내 싸이월드는 북적거렸고 내 싸이월드는 썰렁했다.
아내는 잘 웃는 데다 상냥해서 매력이 있었다. 캠퍼스를 거닐다 얼굴이라도 한번 보면 좋겠다 싶을 땐 희한하게 멀리서 나타났다. 아내는 무리 지어서 왁자지껄하게 다녔는데 막상 거리가 가까워지면 나는 괜히 딴 데를 봤다. 그렇게 몇 년을 제대로 말도 못 해보고 허무하게 졸업했다.
보고 싶다가도 막상 마주칠 용기는 없었다. 지금 달리기 하는 열정의 반이라도 그때 있었더라면.
"이제 와서 거짓말하는 거 아냐?"
아내는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안 믿어도 할 수 없다.
한 번은 아내 꾐에 넘어가 어느 학기에 교양과목을 2개나 같이 들었다. 호사는 며칠 못 갔다. 한 과목은 아내가 수강을 취소했고, 다른 과목은 다른 시간대로 옮겨 갔다. 미리 말이라도 해 주면 좋았을 텐데.
덕분에 관심도 없는 과목을 혼자서 학기말까지 들어야 했다. 학기말 성적으로 C인지 D인지 받았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운 좋게 아내랑 연락이 닿았다.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때 아내는 외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얼굴 한 번 보겠다고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까지 쫓아가는 열의를 보였다.
결국 우리는 결혼했다. 밝고 씩씩한 아내를 만난 덕분에 가정은 평안하고 두 아이는 잘 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마당발 아내는 따로 하는 SNS가 없고 나는 두 개나 한다. 유튜브에 이어 지난주에는 브런치도 시작했다.
* 다음화는 '내 인생의 자문위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