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아니었다. 유튜브를 구독하고 댓글을 남긴 뒤에, 블로그에 비밀 댓글까지 달아야 파일 비밀번호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에세이 출판사 이메일 250개가 담긴 목록을 구했다.
지금까지 21곳에 투고했고 7개 출판사에서 거절 메일을 받았다. 14개 출판사에서는 아직 답이 없다. 저자 소개에 증명사진을 추가하고 SWOT 분석까지 넣었다. 출간기획서 품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투고에 매달릴수록 몸을 더 쓰고 싶었다. 그래야 내일도 글을 쓸 힘이 생길 것 같았다.
1월은 다른 달보다 사무실 일이 많아서 달리기 생각이 간절한 달이다. 오늘은 아내가 집에 늦게 오는 날이다. 모처럼 내가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는데 고맙게도 아이들은 저마다 잘 지낸다. 딸아이는 친구들하고 춤 연습을 다녀와서 주먹밥 하나로 저녁을 때우고 자기 방에서 책을 읽는다.
아들은 나랑 방구석 축구 한 번이면 금방 활기가 돈다. 쉬운 친구다. 밥 먹기 전에 5점 먼저 넣기를 두 번 했더니, 씩씩해졌다. 저녁 먹고 심심했는지, 식탁에 스케치북 하나를 펴놓고 만화를 그렸다.
어제 그린 만화 제목이 ‘똥꼬에 똥꼬를 무는 이야기’라고 날더러 읽어보라는데, 글씨가 작고 받침이 틀려서 무슨 내용인지 통 모르겠다. 암호 해독 할 때도 이런 기분일까? 그래도 그림은 재미있다. 인물도 다양하고 저마다 표정도 제각각이다. 아들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줬다.
언제부터인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 하겠다. 저녁 먹고 무료해서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오르고 또 올랐다. 30층도 넘는 아파트 꼭대기를 두 번 다녀왔더니 땀도 나고 숨도 찼다.
달리기를 안 하면 글이라도 쓰고 설거지라도 하려고 한다. 책상 앞에 앉을 때보다 몸을 쓸 때 좋은 생각이 난다. 아까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우리 집 가훈을 ‘몸을 많이 쓰자’로 하면 어떨지 생각해 봤다.
새벽에 잠깐 잠에서 깼을 때 뜬금없이 올해 나이가 떠올랐다.
앞으로 많이 살아야 40년이 조금 넘지 않을까. 입사했을 때 팀 선배님은 당시 지금 나보다 어렸는데 이달에 환갑을 맞고 곧 정년퇴임을 하신다.
듣보잡 직장인이 처음 도전하는 출간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오늘도 부지런히 몸이나 쓰기로 했다.
2026년 1월 어느 날 씀
* 다음화는 '아내의 싸이월드와 남편의 브런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