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유튜브를 시작한 사소한 이유

by 오탁구

"실력을 키우려면 카메라를 켜라고요?"

“레슨도 도움이 되지만, 저는 유튜브 하면서 많이 늘었어요. 편집하다 보면 제 자세를 자세히 보게 되고, 레슨 복습도 되니까요. 코로나 기간 2~3년간 레슨만 받았어요.”


그는 탁구 유튜버 '탁톡탁톡'이었다.


어쩌다 준결승

2023년, 한 지역 대회에 나가서 운 좋게 4강까지 올랐다. 생활탁구 10년 만이었다. 아내와 아이들도 처음으로 대회장에 와서 응원했다. 응원하던 아이들이 본선이 저녁까지 길어지자 “언제 끝나?” 집에 가자고 짜증을 부렸다. 아이들을 통닭으로 달래 놓고 나서야 준결승까지 치를 수 있었다.


유튜버 선배

탁구 남자 5-6부 개인단식 8강전에서 만난 상대는 1년 사이에 희망부 우승, 7부 8강으로 순식간에 6부까지 올라온 실력자였다. 생활탁구에서는 바둑 급수처럼 실력에 따라 부수가 나뉘는데 대회에 나가서 일정 성적을 거둬야 승급을 할 수 있다. 1년에 한 부수 올리기도 쉽지 않다. 탁구에서는 부수 숫자가 작을수록 고수다.


그날 5-6부 단식에는 200명쯤 참가했고 8강 안에 들어야 승급이 되었다. 우리 둘 다 이미 8강 안에 들어서 승패와 상관없이 5부로 승급했다. 이 날따라 126강부터 8강에 올라오기까지 질뻔했던 경기가 여러 개였고 운 좋게 살아남았다. 준결승에 오르고 나는 울 뻔했다. 식구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느라 속으로 삭였다. 8강전을 마치고 상대 선수탁구에게 빨리 는 비결을 물었다.


이거다 싶었다. 귀가 얇은 나는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 채널 만드는 법부터 검색했다. 채널이라도 개설하고 이름이라도 짓고 싶었다.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오탁구(Otaku) 어때?”라고 했는데, 마음에 들었다. 탁구도 들어 있고, 일본말로 마니아라는 뜻도 있어서 채널명으로 적당했다.


한 번 들으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이미 ‘오탁구’라는 탁구 채널이 있어서 내 채널명은 ‘오탁구핑퐁’으로 정했다. 지금은 가끔 채널 이름만 보고 내게 오선생님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공사장에서 시작한 탁구

탁구채를 처음 잡은 건 국민학교 다닐 때 어느 여름방학이었다. 집 근처 교회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저씨들은 쉬는 시간에 탁구를 쳤다. 목수가 남은 나무로 만든 탁구대였다. 아저씨들 빵과 우유 심부름을 하다가 탁구를 배웠다. 탁구가 좋아서 한동안 집에서 책을 라켓 삼아 동생과 탁구공을 주고받았다.


테이블은 없어도 상관없었다. 아저씨들한테 받은 탁구공이 찌그러지면 뜨거운 물에 담가 부풀려서 다시 놀았다. 신기하게 공은 부풀어 올랐는데 고르게 둥글지는 않았다. 럭비공처럼 양옆으로 부풀기도 했다.


군대에서 잠깐 탁구를 치고 한동안 잊고 살다가, 결혼 후 교회 탁구부에 들어가면서 다시 탁구대 앞에 섰다. 어려서 교회 공사장에서 시작한 탁구로 어른이 돼서 유튜버까지 할 줄은 몰랐다.


카메라 앞에서

우리 코치 말씀으로는 40살이 넘어서 탁구를 배우면 뼈가 굳어서 배워도 잘 늘지 않는데, 아이들은 가르쳐 주는 대로 바로바로 따라 한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레슨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탁구 실력도 더디게 는다.


영상에 나오는 장면은 매일 똑같다. 출연진이라야 코치와 나 두 사람, 탁구대 한 대가 전부지만 내용은 늘 새롭다. 탁구에 워낙 다양한 기술이 있기도 하지만, 배운 기술이라도 배울 때마다 새롭기 때문이다.


촬영 장비는 간단하다. 탁구장에 있는 삼각대에 내 스마트폰을 얹어 놓고 찍는다. 채널 초기에 영상 소리가 작다는 댓글이 있어서 이후로는 무선 마이크를 쓰고, 영상 편집은 집에서 노트북으로 한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 감사하다. 덕분에 책임감을 갖고 2년 넘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영상을 올렸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레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장애인 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일과 앞으로 비장애인 스포츠지도사 자격까지 목표로 삼게 된 건 모두 우리 코치와 시청자 여러분 덕분이다.


탁구 도전은 계속된다.



글에는 다 담지 못한 당시 지역대회 8강전 시합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C1J_zeyO8&list=PLRgPh3DPrQY3X3zl36NTMfBsHjydhw7c7


* 다음화는 '3번째 도전 스포츠 지도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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