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남았던 시간들
핸투핸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던
‘콘텐츠 특화 기업 육성 발굴’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엑셀러레이팅을 맡았던 곳은
도어락과 인터폰으로 잘 알려진 기업,
코맥스의 CVC인 코맥스벤처러스였다.
중기부 인증 엑셀러레이터이자 TIPS 운영사.
외형적으로 보면 충분히 든든한 지원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 시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은
프로그램도, 제도도 아니다.
기억에 남은 것들은 바로 '사람들'이다.
엑셀러레이팅 기간 동안
정말 다양한 대표들을 만났다.
콘텐츠, 영상 편집, 플랫폼, 커머스 등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고민을 나눴다.
경기도 공유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합승 택시나 공유주방 같은 BM이
기억에 남았던 것처럼,
이 시기에도 몇몇 사업체와 대표들은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현실에 치여
새로운 발상이나 자극을 잃기 쉽다.
그래서 이 엑셀러레이팅은 핸투핸에게도
나에게도 '지원’이라기보다는 '환기’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은 코맥스의 대표였다.
성악가 출신의 CEO.
그 배경 때문인지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감각이 유독 인상 깊었다.
어떤 전략을 가르치기보다는 편안한 형처럼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배웠다.
최근 코맥스가 경동나비엔에 매각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스마트홈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고, 오랜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뭉쳤다가 흩어지고, 다시 뭉치는 것이니까.
정(正)과 반(反), 그리고 합(合).
헤겔의 변증법처럼 말이다.
그 시기에 또 한 명의 인연이 생겼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깊은 인사이트를 가진
한 변리사였다.
산업 구조, 제도, 흐름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호형호제하는
소중한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엑셀러레이팅을 거치며 핸투핸의 IR 자료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IR을 통해 이후 수많은 투자 미팅을 진행했고,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과 실제 투자 유치로도
이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 의미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여전히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사람들이다.
스타트업은, 사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기억.
AI가 빠르게 고도화되고, 의사결정마저
자동화되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사업이라는
영역만큼은 여전히 다르다고 느낀다.
순간순간 내려야 하는 판단,
그 판단에 섞여 있는 감정과 망설임,
그리고 그 선택 이후의 책임.
이 모든 것은 아직도 인간의 몫이다.
엑셀러레이팅은
핸투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단단함의 재료는
제도도,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그 시기에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의 대화,
받았던 자극,
그리고 함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 Self Question
AI가 더 많은 결정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
사업에서 끝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게 되는
판단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