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즐겨보는 디즈니 예능 <운명전쟁 49>. 사주, 관상, 타로, 족상, 신점의 전문가가 출연하여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읽는지 보여 주었다. 특히, 무당은 태어난 연도나 이름 혹은 성씨만 듣고도 운명을 술술 말하여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던 중, TV에서 많이 보았던 여에스더 박사가 게스트로 등장하였다. 운명술사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지독한 우울증과 동생을 잃은 슬픔을 고백했다. 평소에 '밝고 유쾌한 성공한 여성'의 이미지였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고통스러움을 견디지 못해 스위스 조력 안락사를 알아보고 있었고, 자신의 생을 마감할 날짜를 잡기까지 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마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수천억 매출을 올리고, 유명한 방송인이며, 의사라는 타이틀도 '마음의 감옥' 앞에서는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숙연해졌다. 자신이 의학 전문가인데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니 아이러니했다.
슬픔을 딛고 일어나고자 방송에 구조 신호를 보낸 듯 했다. 나는 방송을 통해 그녀가 더 이상 스타의사가 아니라 매일매일을 버티며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보게 되었다.
'성공한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가볍게 보고 있던 예능이 내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성공은 행복을 담보하지 않으며, 치유자에게도 치유가 필요하다.
인생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프로그램 이름인 49라는 숫자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수이고, 나머지 51은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인간의 의지를 뜻하는 수가 아닐까. 운명보다 겨우 2만큼 많을 뿐인 의지로 방송출연을 결심한 여에스더는 누구보다 꽉 찬 인생 100을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