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가지 끝에 다닥다닥 작은 생명이 붙어있었다. 좁쌀만 한 혹은 콩알만 한 크기로 맺혀있는 꽃망울이지만, 어마어마한 개체수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이제 곧 뿜어내기 직전이다.
비로소 봄. 나무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켰다. 지난겨울, 에너지를 응축하며 치열하게 개화를 준비했겠지. 이제 곧 4월이 되면 이곳에는 벚꽃이 만개할 텐데, 나는 그 겨울 무엇을 준비했던가. 뒤돌아 볼수록 초조함만이 서리처럼 내려앉는다. 세상은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 한복판에 멈춰 있다.
날씨가 풀리자 함께 운동하던 지인이 걷기를 하자며 카톡을 보내온다.
"병아리처럼 햇빛 쬐고 있으라고. 내가 갈 테니까."
벤치에 앉아 병아리 모드가 되어 그를 기다린다. 등허리가 따뜻해진다. 햇살이 조금 더 내게 다가와 준다면, 내 안에 숨겨진 꽃망울도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