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 말하니 행복이 찾아오네요

by 겨울햇살

식당에서 밥을 먹다 무심코 집어 든 냅킨 한 장. 그 위에는 초록색 네 잎 클로버 그림과 함께 동글동글한 글씨로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행복하다 말하니 행복이 찾아오네요.'


따뜻한 밥을 먹고 있었지만 마음이 시렸다. 그 문장을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행복했더라?’ 기억의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보아도 행복했던 기억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눈물 나게 불행한 일상도 아니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내게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놀이터를 지나다가 얌전하게 앞발을 모으고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반가움에 나는 짧고 강한 고양이 언어로 인사했다.


“양!”

"..."


고양이는 귀만 한 번 쫑긋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내 억양이 너무 서툴렀나?’ 목소리 톤을 조금 높이고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 보았다. 침묵은 여전했다. 나는 포기하고 인간의 언어로 말했다.


“너는... 너는 지금 행복하니?”


그 물음과 동시에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양이와 시선을 맞췄다. 눈높이를 낮추자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였다. 마른 나뭇가지들, 굴러다니는 사료 한 톨 두 톨. 고양이가 긁으며 날렸을 스티로폼 가루. 그때였다. 미동도 없던 고양이가 마치 내 질문에 답이라도 하려는 듯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폭신한 솜방망이 같은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내 귓가에 ‘퐁, 퐁, 퐁’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고양이가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이 열렸다. 어쩌면 행복은 거창한 이름표를 달고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와 곁을 내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게 오고 있는 것은 저 작은 고양이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내가 알고 싶어 했던 ‘행복’ 그 자체일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무릎을 낮추고 가만히 기다리는 나를 향해 무언가 아주 따뜻한 것이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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