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시즌1 완결)
마지막 카드가 멈췄을 때,
생각보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경고음도, 폭발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결제가 되지 않았다는 알림 하나가 전부였다.
그 순간,
나는 계산을 멈췄다.
더 이상 돌릴 카드도 없었고,
더 이상 미룰 날짜도 없었다.
‘다음 달’이라는 말은
그날로 완전히 사라졌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숫자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카드 다섯 장.
연체.
총액 오천만 원.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조용했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현실을 외면해 왔는지 보였다.
나는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지,
부자가 될 준비가 된 사람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
모든 게 빠르게 변했다.
카드사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문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렸다.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받고 나면 숨이 막혔다.
매장에서의 나도 달라졌다.
웃음은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사람을 설득하는 말은
여전히 입에서 흘러나왔지만,
그 말들이
이제는 나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노랫소리만 크게 틀어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내 성공을 의심했다.
이게 정말 실력이었을까.
아니면
운이 잠시 내 편이었을 뿐일까.
그리고 더 아픈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이 일이 멈추면,
나는 무엇이 남지?”
대답은 잔인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더 이상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자처럼 살던 나는
그날로 끝났다.
남은 건
빚과 부끄러움,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뿐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나는 안다.
그날이 없었다면
나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 달렸을 것이고,
더 크게 무너졌을 것이다.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세요. 작가 이로티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구독해 주셨습니다.
제게는 그 모든 반응이 꿈같은 날들이었습니다.
<돈이 무서운 아이>는 제 실패담을 숨김없이 꺼내며, 그 실패 속에서 제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오신 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여전히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못합니다.
하루 한 시간의 시간을 놓치면 빚에 쫓겨 그다음 날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 있습니다.
(첫 글인 “나는 왜 BEP부터 계산했나?”를 참고해 주시면 더 빠르게 이해되실 거예요.)
그럼에도 제 글을 사랑해 주시고 함께해 주신 분들의 따뜻한 응원 덕분에, 저는 끝까지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는 요즘, 책임져야 할 것들의 무게를 더 자주 실감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고, 독자분들의 기대에 더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현실은 늘 선택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가족을 이루고 책임져야 할 사람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로 넘어가면서, 지금처럼 주 3회씩 많은 양의 글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즌 2부터는 매주 토요일, 한 편씩 글을 올리겠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장 내에서 하루 한 시간씩 글을 쓰고 정리해서, 토요일에 발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까 저도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창작’이 아닌 ‘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인 만큼, 독자분들이 기다리시는 시간까지도 헛되지 않도록 더 정돈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즌 1 완결까지 함께해 주신 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시즌 2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