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지 않으니 가벼워졌다

"노자의 조언에 따른 선을 넘지않는 삶"

by 장재덕

노자, 붙잡지 않음


그날은 유난히 더 붙잡고 싶었다.
성과도, 인정도, 관계도.

놓치면 비어 버릴 것 같았고,
내 것이 줄어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채우려 했고 더 쌓아 두려 했다.

손에 움켜쥐고 있으면
적어도 잃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질수록 마음은 더 분주해졌다.
채운다고 넉넉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급함만 더 불어났다.


노자는 말한다.
지나치게 채우면 오래 지니기 어렵고,
지나치게 날카로우면 쉬 무뎌지며,
공을 이루고도 붙들고 있으면

그것이 도리어 화가 된다고.
억지로 붙잡는 마음은

이미 도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 말이 그날은 깊이 들어왔다.
붙잡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지키는 일이기보다
내 마음을 거기에 매어 두는 일인지도 몰랐다.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클수록
오히려 더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손은 바깥의 것을 쥐고 있었지만
정작 붙들린 것은 내 안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더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급함도 덜어냈다.

억지로 채우려는 마음 대신

비워 둘 자리를 남겨 두었다.
노자가 말한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렇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많지 않았다.
관계도, 일도, 내 자리도
내가 끝까지 움켜쥔다고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억지로 붙들지 않아도
머물 것은 머물렀고, 떠날 것은 조용히 떠났다.
그리고 내 안에서 먼저 가벼워진 것은
불안과 집착이었다.


노자가 말한 선을 넘지 않는 삶은
적게 가지는 삶만은 아닐 것이다.
가질 수 있어도 지나치지 않고,
이룰 수 있어도 자랑으로 넘치지 않으며,
붙잡을 수 있어도 끝내 붙들지 않는 삶.

그 절제 속에
삶은 오히려 더 오래가고 마음은 더 넉넉해진다.

강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오래 마르지 않고, 그릇은 빈 공간이 있기에
비로소 쓰임이 생긴다.
마음도 그러한 것 아닐까.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 할수록
삶은 오히려 막히고,
조금 비워 둘수록 숨 쉴 자리가 생긴다.

붙잡지 않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내 것이어서 남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워서 머무는 것이 있다는 것.
억지로 붙드는 손에는 힘이 들지만,
흐름에 맡긴 마음에는 묘한 평안이 깃든다는 것.


오늘은 문득 돌아본다.
내가 끝까지 쥐고 있으려 했던 것들 가운데
사실은 놓아도 괜찮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붙잡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오래 내 곁에 남아 있었던 것은
또 무엇이었는지.


가볍게 산다는 것은 적게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덜 묶으며 사는 일일지 모른다.
붙잡지 않으니 비로소 조금 가벼워졌다.

노자의 말과 사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선을 넘지 않는 삶 1」**에서

따로 정리하였다.

이전 16화힘을 빼니 하루가 짧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