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숨구멍, 그리고...

by 문단

교실 문을 열면 늘 같은 냄새가 밀려왔다.


눅눅한 걸레 냄새, 허공에 떠다니는 분필 가루,
아이들 몸에서 배어 나오는 땀 냄새와
이유 없이 나를 향하던 킥킥거림.


자리에 앉아 숨만 쉬고 있어도
온몸에 가려움이 돋는 것 같았다.


그런 나에게 주말은 달랐다.


친구를 따라가게 된 아주 작은 개척 교회.

6학년의 나에게 허락된, 거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토요일이 되면 나는 가장 먼저 교회로 향했다.


주말의 시작과 함께 연습이 있었고, 피아노를 계속 배우고 있었기에 악보를 읽는 건 누구보다 빨랐다.


“어, 벌써 외웠어?”


옆에서 악보를 넘기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했다.


연습이 끝나면 성가대원 아이들이 슬쩍 다가왔다.


“언니 목소리 진짜 예뻐.”

“언니처럼 노래 잘하고 싶어.”


나는 괜히 쑥스러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너도 잘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선생님은 내가 새로운 곡을 금방 배우고 정확한 음을 짚어낼 때마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칭찬해 주셨다.


성가대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창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일요일 예배 때 마이크 앞에 서서 한 소절을 부르면
조용하던 예배당이 내 목소리로 가득 찼다.



열심히 연습하던 그 곡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부르는 순간, 그 작은 공간의 아이들은
내 얼굴과 팔다리에 남은 아토피 자국을 보고도
뒷걸음치지 않았다.


그곳에서만큼은 나는 ‘곰팡이’가 아니라
노래 잘하는 언니이자 친구였다.


그 칭찬 몇 마디가

그때의 나를 가까스로 버티게 해 주던
생존의 밧줄이었다.






다시 돌아온 학교는 여전히 냉혹했다.


글짓기 발표 시간, 나를 괴롭히던 주동자 몇 명이 차례로 교탁 앞에 섰다.

그들은 나와 부딪혔던 일들을 마치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내가 어떻게 “별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굴었던 아이였는지”,


“남들 다 웃고 넘기는 농담을 혼자만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이였는지”,


“말 한마디로 괜히 분위기를 망쳐버렸던 순간들”을
웃음 섞인 목소리로 재연했다.


교실은 금세 킥킥대는 웃음으로 가득 찼다.


나를 그토록 집요하게 물어뜯는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순순히 맞아주기만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열 대를 맞으면 한 대쯤은 어떻게든 되돌려주려

애쓰는 아이

숨죽여 울기보다는 끝까지 내 목소리를 내보려는 아이였다.


그 단단함이 그들에게는 더 자극적인 장난감이 되었고,
결국 그들은 교실 한가운데서
나를 다시 한번 밟아버릴 이야기로 삼았다.






왕따라는 현실에 이미 숨이 막혀 있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목소리를 냈든 감췄든, 어쨌든 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무너뜨린 한마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 말 한 줄에..
내 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버팀목이
힘없이 끊어졌다.







이전 08화조금만 덜 아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