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힌트

<같은 바다, 부레 없는 우리-공동체를 향한 첫 시선>

by 쌍둥이 아빠

유전자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쌍둥이 딸들은 어떤 상황에서 나와 아내가 했음 직한 말과 행동을 그대로 복제한다. 한 번도 보여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할 때에는 더더욱 깜짝 놀란다.


때로, 일상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나와 아내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 장인 장모님, 누나들과 조카들, 고모와 사촌들의 모습도 잠깐씩 엿보인다.


과거 인류가 혼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할 때, 혼인 당사자의 부모와 조부모, 형제와 사촌과 팔촌 등, 소위 집안을 보았던 일은 어쩌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약간은 일리 있는 판단일 수 있을 듯하다.


양 혼인 당사자의 생물학적, 유전적 조화 가능성을 집안 구성원들이 획득하고 있는 직업, 질병, 습관, 폭력성 등의 평균치를 통찰하여 예측 가늠하여 온 것이라 생각된다.


생물학적 동질성을 가진 집단에 대한 통찰을 통해 한 개인의 과거와 미래의 평균치를 가늠해 보는 일은 과거 인류가 택한 최선중 하나일 것이다. 소위 궁합이라는 샤먼적 행위 또한 이러한 경험의 결과를 가부와 극단으로 직관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때문에, 나는 요즘 나의 가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눈여겨보거나, 내 어린 시절을 반추해 보는 시간을 종종 갖곤 한다. 또 아내가 살아온 과정과 처가 가족들의 생을 듣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 되곤 한다.


또한, 이렇듯 주변의 사람들, 가족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지난 시간이 놀랍기도 하다. 어째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힌트에 이렇듯 무관심하고 심지어 무지할 수 있었을까?


나아가,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를 유지해 온 과정과 전략, 위기와 극복은 어떠했는지, 또 지역사회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동질성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이어 지역사회의 동질성 또한 나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중요한 단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또 한편, 나와 가족, 지역 공동체를 지배해온 메커니즘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역 공동체의 관습, 질서, 규칙 등이 혹시 멀고 먼 과거로부터 이어온 인류의 경험과 안배는 아니었을까? 이미 오래되어 해독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일종의 생존 암호나 예언은 아니었을까?


동시에 지역 공동체 혹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예언의 의미를 알고 있는 어떤 소수가 선의의 예언을 왜곡시킨 채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섬뜩한 상상도 하게 된다.


함께 흘러 가고 있다. 하나인지 열인지, 그보다 많은 무한의 존재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무수한 총체는 누구, 혹은 무엇일까? 물 속에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물 밖에 있는 존재인가? 또 우리를 진정 지배하는 것은 누구, 혹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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