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다, 부레 업는 우리-3억년 동안 진화하지 못했다>
비닐봉지 속 한 줌의 흙
물이 담긴 비이커에
아직은 흙일 뿐인 그것들을 넣어주었다
퇴적물들이 잠시 소용돌이쳤다
24시간이 지났다
아무런 변화도 일지 않았다
조용했다
48시간, 오후
비이커 속에 세 마리의 생명체가 나타났다
오렌지색 눈꼽만한 생물들은
곧 먹이를 찾아 헤엄치기 시작했다
60시간, 아침
제일 나중에 태어난 한 놈이 사라졌다
남은 놈들은 자신들의 습성에 대해 모르는 눈치였다
가장 큰 놈을 남겨두고 또 한 놈이 사라졌다
혼자 남겨진 트리옵스는 불안해 보였다
온종일 비이커 아래위를 오가다
문득, 물 밖의 눈을 노려보았다
침묵했다
순간, 솟구쳐 올라 수면을 들이받는 트리옵스
가는 수면은 조금도 일렁이지 않았다
이센치 정도 자란 마지막 트리옵스도
일주일 만에 죽었다
긴꼬리투구새우
고생대 시대의 수중생물
3억 년 동안 진화하지 못했다
동료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었다
*트리옵스: 고생대 시대의 수중 생물. 우기에 생긴 웅덩이에 단기간 왕성하게 번식하는 생태를 가진다. 생존에 적절한 조건이 되기 전까지 알 상태로 지낸다. 물과 햇빛의 조건이 적절할 때 부화한다. 같은 웅덩이 안에서 부화의 시기가 조금 늦어질 경우 죽지 않은 알이라도 부화하지 않는다. 늦게 부화한 개체는 동족에게 포식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 우기를 기다린다. 고생대 이후 거의 변화가 없으나, 생존에 필요한 생물학적 특징을 이미 가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셋트로 트리옵스의 일생을 비이커에 담아 관찰할 수 있다. 트리옵스의 적절한 부화 조건을 누가 제공했는지, 자신들은 왜 동료를 잡아먹는지, 왜 남은 마지막 한 마리까지 결국은 죽게 되는지, 누군가 왜 이 모든 과정을 관찰하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