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다, 부레 없는 우리-살 수 있을까?>
1. 지상의 열매
높은 창가에 시선을 매달고, 몸뚱이를 매달고
전짓불 어항보다 밝은
마른풀, 숲을 내려다본다
음흉한 야생 고양이 어깨 근육을 씰룩이며 잔풀을 헤치고
떨어진 나뭇가지, 다시 나무 위로
사뿐히 물어 올리는 까치
기적처럼 올려놓은
나무 꼭대기
첫 가지
봄, 바람, 봄
흔들, 흔들, 흔들리다
지상의 열매가 열렸다
발붙인 건물 바닥이 순간
하얗고 투명한 공중으로 변한다
추락 직전, 직전, 직전
2. 귀가
파리빵집과 뉴욕빵집, 사이, 골목
어디쯤 높고 불안한 달이 떴다
시간은 아직 겨울의 언저리
굽은 골목 투명한
무리수 좌표에 놓여
나는 철없는 고함을 지르고
너는 철창같은 나의 품에 안겨
고스란히 울고만 있다
발길을 옮긴다
방향 없이 자리를 뜬다
불안은 불안일 뿐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는다.
저으기 안심을 심어주다
눈앞에서 번뜩이는 칼을 겨누는
겨누나 찌르지 않는 저 칼
무엇이냐, 저 칼끝, 저 칼끝
3. 지상의 열매를 위하여
내 어두운 창에 어두운 불을 밝히면
낮은 창밖엔 밤 귀신들의 아우성 소리
약한 내 심장이 뛰는 소리
읽지 못한 책들과
지키지 못할 약속들이
나지막이 속삭인다
살 수 있을까?
지상의 열매로 깨어나기 위하여
찬바람 창틈으로 새어오는 습한 밤
습한 밤만 절벽처럼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