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다, 부레 없는 우리 - 상수와 변수>
오후부터 비가 내린 어느 날, 우산이 없는 퇴근길이었다.
젖은 몸을 털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어둠 속에 센서 등이 켜지듯 아침 출근길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어 현관문 옆에 걸린 우산을 무심히 바라보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아침의 나는 저녁의 나를 예감한 것일까?
그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이토록 춥게 비 맞을 운명이었을까?
앞으로의 삶이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어느 순간에는 떠오른 과거의 장면조차
실제였는지, 상상했던 것인지, 희망했던 것인지,
내가 내게 한 거짓말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먼 시대로부터 이어온 인류의 타고남이 내게도 내재 되어 있다.
또 한편 제도와 환경으로 강제 되어온 인류의 살아옴 또한 내게 내재 되어 있다.
그리고 삶은 정해진 것인지, 변화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과거는 흐려졌고, 미래는 불안해졌다.
현재만이 생경하고 낯선 모습으로 또렷이 목에 칼을 겨눈다.
너무 낙담하지 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