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영재교실, 특목고, 명문대… 그때의 영재들은 지금 어디서 뭐할까?

by 솔벤시

나는 스스로를 영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가 나를 그렇게 분류했을 뿐이다.


조금 일찍 문제를 풀었고, 남들보다 빨리 이해했으며, 그 사실을 꽤 오래 자산처럼 들고 다녔다.
지기 싫어했고, 똑똑한 척하는 데 익숙했으며,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순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게 나의 재능이었는지, 아니면 허영심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
이 경로를 따라가면 큰 문제 없이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약 20년을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성취에 익숙해졌고, 평가받는 방식에 길들여졌다.


회사에 들어와서, 학교와 회사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제를 푸는 방식도, 살아남는 방식도 달랐다.

나는 그 구조에 특별히 저항하지도, 영리하게 순응하지도 못한 채

그저 “왜 이렇게 되는지”를 이해하려 애썼다.


이 글은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또한 성공담이나 실패담도 아니다.

다만 한때 엘리트로 분류되었던 사람이, 그 분류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는 세계에 놓였을 때

어떤 혼란을 겪는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곧 아빠가 되는 지금, 나는 또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내 아이의 쓸모는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규정하게 될까.

그리고 나는 그 과정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내 글이 답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너무 쉽게 던져지던 질문들—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삶—에 대해

조금은 망설이게 만드는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