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할머니

사회복지 실습 일기

by 지희

대학교 4학년, 치매 어르신들이 있는 주간보호센터로 사회복지 실습을 나갔다.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은 늘 작은 모형 수백 개를 테이블 위에 펼쳐두고, 색깔별로 분류하는 일만 반복하셨다.

대략 300개쯤 되었을까.

나는 그 어르신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조심스럽게 어르신 옆에 앉아 말했다.

“어르신 저도 같이해요.”

그러자 어르신은 나를 올려다 보며 버럭했다.

“내가 왜 어르신이야.”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이름을 불렀다.

“숙자씨~”

며칠을 이름을 부르며 붙어있던 나에게 숙자씨가 마침내 말을 걸었다.

“너도 빨리 일해. 일해야 돈 벌지”

그리고는 내 손에 모형을 쥐어주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실습을 하는 동안 늘 숙자씨 곁으로 갔다.

같이 모형을 분류하며 시간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숙자씨라고 불렀다.

실습 중 잠시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숙자씨가 나에게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일하러 가야지.”

숙자씨는 아마도 일하고 있던 그 나이로 돌아간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 마지막 날, 나는 숙자씨 곁으로 가 말했다.

“숙자씨, 나 내일부터 안와. 이제 일 그만 두려고.”

숙자씨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치 오래 함께 일하던 사람을 보내듯 말했다.

“그래. 그만해도 돼. 많이 했어”

그리고는 더 붙잡지 않았다.

그 말 한마디로, 나는 숙자씨의 어린 시간을 함께 보내던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는 한 달 동안, 할머니와 친구가 되었다.

숙자씨와 같은 나이로, 같은 시간 대에 함께 살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치매’라는 말은 ‘어리석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치매 어르신들은 자신이 머무르고 싶은, 가장 소중한 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시간을 함께하며, 치매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의미보다 우리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마음이 머물던 시간, 지금도 그들은 그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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