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1 : 덤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by 김윤선

며칠 전, 여름이 봄을 훅 밀어내고 온다기에 은하 셀프 미용을 했다.


보통 미용실에 맡기면 당일이 가장 예쁜데,

내가 하는 야메미용은 가장 별로인 첫날을 시작으로, 봐줄 만한 시점이 오기까지 3-4일 소요된다.


김치도 익을 시간이 필요하고, 모종도 뿌리를 내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내 손길엔 후숙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침 어제가 그 시점이라, 퇴근 후 마주한 은하가 너무 예뻤다.

예쁜 애가 나를 반기니까 막 흥이 났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기방을 방문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아버린 느낌.


집 문이 열릴 때 원래도 보고 싶었던 은하가 예쁘기까지 하니,

뭔가 ‘덤’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난 은하의 존재만으로도, 함께한 시간의 익숙함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인데,

거기에 덤까지 얹히니 즐겁기까지 했다.


내 감정회로상 행복은 평온에 가깝고, 즐거움은 쾌락에 가까운 감정이라

그 둘이 동시에 오는 건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말이 안 되는 조합이다.

그 불가능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지는 걸 느끼니,

스스로가 특별해진 듯한 맛에 기분이 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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