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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습지도요령 개정과
‘역사 총합’의 개설

수업이야기 >> 일본의 새 역사과 교육과정 그리고 <역사총합>

≫ 박중현(前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



1. 학습지도요령의 변천     


  일본의 국가 교육과정인 학습지도요령(이하 요령이라 한다.)의 최근 개정은 소·중학교는 2017년에, 고등학교는 2018년에 공포되었다. 보통은 요령이 공포되면 2년 정도의 집필 기간을 주고, 검정채택에 1년의 기간을 두고 4년도 차에 실시에 들어간다.1) 이에 따라 새 요령이 개시되는 것은 소학교는 2020년부터, 중학교는 2021년도, 고등학교는 2022년도부터 실시된다. 현재 고등학교 검정이 마무리되고 2학기에는 학교별 채택이 진행되게 된다.

  중학교는 미군정기였던 1947년 요령 시안(試案)을 시작으로 국가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시안이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즉, 교과서 제작의 방향과 지침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1951년 개정을 하였다. 당시도 아직 독립을 하지 않은 상황으로 시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일본의 우경화가 본격화되면서 1958년 시안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정식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고 교과서 검정이 강화되었다. 

  고등학교는 1950년 요령 시안이 만들어지고, 1956년 개정을 거쳐 1960년 다시 개정되었다.2)  일본의 요령은 대체로 10년 단위로 개정이 된다. 요령이 공포되면 이어 요령 해설(이하 해설이라 한다.)을 발표한다. 한국의 교육과정 해설은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몇 개월 이내에 발표되는 것처럼 교과서 집필 또는 학교 교육에 필요한 해설을 공표한다. 일본의 해설은 한국의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학교 수업의 실시할 때 교사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개편과 관련하여 특이한 점은 ‘역사총합’이라는 과목이 만들어지고 고교 필수 과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의 2017.2018 개정 특색과 역사 총합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일본의 교육과정은 보통 10년 이상을 사용하였는데, 이번 개정은 9년 만에 이루어졌다.

2)  소학교는 1947년 시안 제정을 시작으로 1951, 1958, 1968, 1977, 1989, 1998, 2008년에 개정되었다. 중학교는 1947년 시안 이후 1951, 1958, 1969, 1977, 1989, 1998, 2008년에 개정, 고등학교는 1947년 시안을 시작으로 1950, 1960, 1970, 1978, 1989, 1999, 2009년에 개정되었다.

3) 2018녁 개정 역사총합과 관련한 기존 연구로는 김보림, 「일본 역사교육과정의 변화와 전망」, 『역사교육』152, 2019.12;서종진, 「학습지도요령을 통해 본 교육정책의 변화-고등학교 역사과 학습지도요령을 중심으로-」, 『역사교육』152, 2019.12.; 권오현, 「2017년.2018년 일본 학습지도요령 개정과 사회과 교육의 주요 변화」, 『사회과교육연구』제26권 제2호, 2019.05



2. 역사과 교육과정     


 (1) 중학교 교육과정

  일본의 교육과정은 국어, 사회 수학, 이과, 음악, 미술, 보건체육, 기술가정, 외국어, 도덕 등의 교과와 총합학습, 특별활동으로 되어 있다. 한국의 중학교는 1단위 시간을 45분으로 하는데 비해 일본은 50분으로 되어 있다. 총 수업시수는 한국이 300여 시간 많지만 50분 수업이기 때문에 총량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중학교 교과목 시수는 국어, 사회, 수학, 이과의 3년간 수업시수가 모두 385시간으로 같다. 가장 많은 것은 외국어로 420시간이다. 한국은 창의적 체험활동과 선택 과목에 해당하는 것이 총합 학습과 특별활동 시간인데 한국에 비하여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일본은 부카스(클럽활동)가 교과 시간에 포함되지 않고 방과 후에 상당 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적다고만은 할 수 없다. 3학년에 사회과 시간이 증가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속에는 지리적 분야, 역사적 분야, 공민적 분야로 되어 있다. 각 부분은 한국의 지리, 역사, 일반 사회와 거의 영역이 같다. 1, 2학년에서는 각 105시수, 3학년은 140시수를 하도록 되어 있다. 지리적 분야는 크게 세계의 지역, 일본의 지역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1, 2학년에서 120시수를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1, 2학년 시수를 합하면 총 210시수 중에서 120시수를 지리가 하고, 나머지 90시수는 역사가 맡는다.

  역사적 분야는 근세까지는 일본의 역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개항 이후는 ‘근대의 일본과 세계’, ‘현대의 일본과 세계’라는 대단원 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과 세계를 함께 다루도록 하였다. 시수는 1.2학년에서 90시수, 3학년에서 40시수를 하여 130시수를 하도록 되어 있다. 공민적 분야는 현대사회, 경제, 정치 및 국제사회로 나누어져 있으며 3학년에서 100시수를 하도록 되어 있다.


 (2) 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의 개정을 보면 아래와 같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고등학교는 수업 시수를 사용하지 않고, 단위 수를 사용한다. 한국은 학기제로 되어 있어 1단위는 17시간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지만, 일본은 1단위가 35시간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이 말은 한국의 1단위는 학기 단위로 계산을 하고, 일본은 연단위로 계산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에서 4단위에 해당하는 것이 일본에서 2단위인 것이다. 

  한국은 교과를 교과(군)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다. 기초, 탐구 등으로 하여 사회과는 탐구에 과학과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 그 안에서 사회과의 각 과목이 배치되어 있다. 일본은 10개의 교과로 되어 있다. 국어, 지리역사, 공민, 수학, 이과, 보건체육, 예술, 외국어, 가정 등이 그것이다. 한국의 사회과와 같은 것은 지리역사와 공민이라 할 수 있다. 지리역사는 표현 그대로 지리와 역사과목이 배치되어 있다. 공민에는 윤리와 일반사회 과목이 있다.

  현행 과목에서는 세계사, 일본사, 지리로 되어 있던 지리역사과에서 지리총합, 지리탐구, 역사총합, 일본사 탐구, 세계사 탐구로 나뉘어졌다. 이 중 세계사가 필수였던 것이 역사총합과 지리 통합이 필수로 지정되었다. 공민과에서는 현대사회, 윤리, 정치경제였던 것이 공공, 윤리, 정치, 경제로 되었고, 공공이 필수가 되어 큰 차이는 없다. 이전 지리역사 과목들은 모두 A와 B로 나뉘어져 있다.

  대개 A과목은 기초적 지식을 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과학 과목의 Ⅰ·Ⅱ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Ⅰ·Ⅱ로 하지 않고 화학기초, 화학 등으로 구분을 한다. 일본은 본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 시험을 치고자 하는 학생은 B과목을 해야 한다. 


3. 역사과 총합과 학습지도요령 개정


  역사총합은 ‘근현대 역사 변화에 관한 여러 사상에 관해 세계와 그 안에 있는 일본을 넓고 상호적인 시야에서 파악하고, 자료를 활용하면서 역사를 배우는 방법을 습득하고, 현대적인 여러 과제의 형성에 한한 근현대 역사를 고찰하고, 구상하는 과목’이라 밝히고 있다.      


 (1) 역사 총합의 구성

  역사총합은 대단원을 역사의 문, 근대화와 우리, 국제질서의 변화 및 대중화와 우리 및 글로벌화와 우리의 4개로 구성하였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역사를 다루는 법에 대해 다룬 A단원을 빼면 개항기, 1・2차 세계대전기, 현대로 나누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각 대단원명을 각 시기와 ‘우리’라고 하고 있고, 각 단원의 마지막 주제를 현대와 관련짓고 생각하게 하고 있다. 또한 근대화, 국제질서의 변화 및 대중화, 글로벌화라는 주제명에 대하여 첫 번째 주제를 ‘00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이러한 문제가 어떠한 역사적 변화 속에서 형성되어 왔는지, 그것은 학생 각자가 마주하는 현대적인 여러 문제와 어떻게 관련되고 있는지를 학생 스스로의 문제의식 속에서 생각하도록 한 것이다.     



 (2) 역사총합의 등장 

 역사총합이라는 과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일본학술회의 사학분과였다. 일본 학술회의는 한국의 학술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원로 명예직 형식의 학술원보다는 중견 학자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총리 관할 아래 있으나 독립 기관으로, 각 영역에서 정부에 대한 정책 제언, 국제적 활동, 과학자 사이의 네트워크 구축, 여론 계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4) 회원들은 다양한 심포지움을 활발히 개최하며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4)일본 학술회의 (홈페이지 http://www.scj.go.jp/ja/scj) 회원은 학계의 추천에 의해 총리가 임명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거부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20년 추천된 6명에 대하여 총리가 임명하지 않음에 따라 학술회의의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2021년 6월 현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5) 이와 관련한 연구로 권오현, 「일본 학술회의의 고등학교 역사교육 개혁 방안 연구」, 『역사교육론집』제56집, 2015.08



  일본 역사과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6년 이를 이수하지 않고 졸업을 하거나 졸업이 어렵게 된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이즈음 수도권 교육장협의회에서 ‘고등학교에서 일본사 필수화를 요구하는 요망서’를 제출하여 보수 우경화의 길을 요구하였다. 한국의 한국사 수능 필수를 여야 모두 강하게 요구하였듯이 내셔널리즘에 기대려는 정치권도 이를 강력히 주장하였고, 2014년 시모무라 문부상도 검토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문제화 관련하여 일본 학술회의는 2007년 ‘고교 지리역사과 교육에 관한 분과회’를 설치하여 제언을 통해 고등학교에 필수과목으로 세계사 대신 <역사기초>를 신설하고, 역사 용어를 엄선하여 사용하도록 하며, 사고력 육성형 교수법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역사기초>는 세계사A와 일본사A를 통합한 것으로 세계사를 중심으로 하고 일본사를 넣은 글로벌 역사였다. 특히 근현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사에 중점을 두고 근린 제국 중시를 시야에 넣었다.5)


5) 이와 관련한 연구로 권오현, 「일본 학술회의의 고등학교 역사교육 개혁 방안 연구」, 『역사교육론집』제56집, 2015.08



  <역사기초>는 세계사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제까지 일본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아시아를 중요한 시야에 넣고, 일본사와 세계사로 분절되어 있던 역사를 아시아를 넣어 세계사적 시각을 갖도록 함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한 반성도 포함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한 <독.프랑스 공통역사교과서> 및 한중일 또는 한일 간 발간된 공동역사교재를 분석.참고하였다.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해당 위원들은 한국의 <동아시아사>의 등장과 그 교육 목표 등을 높이 평가하며 이 과목의 학교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 현장 답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였던 것은 일본학술회의의 ‘고교 역사교육에 관한 분과회’ 회원들의 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구성원 중에 대표적인 학자들은 도쿄 가쿠게이 대학 교수들이었던 기무라 시게미츠, 기미지마 가츠히코, 사카이 도시키 등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한일 역사대화를 위해 시립대학과 교류를 진행하고, ‘한일교류의 역사’라는 한일 공동교재를 낸 바있다. 또한 기미지마는 서울대 역사교육과에서 교수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주류 역사학은 좌파적 성향이 있으며, 이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일본이 아시아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동아시아사’를 만들 것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을 담는 것이기도 하였으며, 이를 통해 아시아와 화해하고 그래야만 진정한 일본사의 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언이 보수적인 문부성에 의해 그대로 받아지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이들의 제언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 <역사총합>이다. 


 (3) 역사총합이 주는 의미     

 <역사기초>와 <역사총합>차이 중 첫째는 다루는 시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역사기초>는 기존의 <세계사A>와 같이 전근대를 다루고자 하였으나 <역사기초>에서는 근현대 시기만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둘째는 통사적 서술이 아닌 주제별 서술을 시도하였다. 셋째는 학생들과 역사의 거리를 친근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근현대 시기만을 다룬 것은 일본의 개항 이후 제국주의 침략을 보다 확대한 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일본의 성공한 역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제별로 역사를 다룬 것은 한국의 <동아시아사>에서 참고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의 역사를 암기하는 것으로 역사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 주제별로 학생의 흥미와 깊이를 도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생에게 친근한 역사를 만들고자 한 것은 <역사기초>에 ‘나’와 ‘우리’를 강조하면서 어떤 주제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하고, 그 연원을 살핀 연후에 그것이 현재의 나와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 가를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살아있는 역사, 학생의 의식과 함께 하는 역사를 만들고자 하였다. 

  한국에서는 최근 교육과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왜 이렇게 정권만 바뀌면 교육과정을 바꾸는지.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학생은 안중에 있는 것인지 항시 의문이다. 여하튼 바꾼다고 하니 한국의 <동아시아사>가 일본의 <역사총합>에 충격을 주었다면 이제는 <역사총합>에서 한국의 역사교육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지도 탐구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암기하는 역사가 아닌 나와 관련성 속에 역사를 이해하고자 한 <역사기초>의 주제 배열 등은 배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통사를 가르쳐서 시험을 보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한 한국의 역사 교육은 성공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필자는 수능에서 한국사 필수를 반대했는데, 지금 그것이 과연 역사교육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리는 대입 체제에서라도 한국사 필수를 없애자고 해야 한다. 다만 수업 시수를 확보하여 이를 계기로 탐구식 수업, 토론 수업 및 학생 활동 중심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생 선택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학생들이 ‘아. 이건 배울 필요가 있겠다.’ 이런 정도의 생각이 들도록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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