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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
어떻게 가르칠까(1/2)

①화(여름호)–기획과 고민 그리고 협력:식민지 조선인의 삶을 지역서 찾다

≫ 양홍석(전남 여수고) X 정혜경(ARGO인문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편집자주] 이번 여름호 <초협력교실>에서는 전남모임 소속 양홍석 선생님과 전남 모임 선생님들의 여수 지역사 수업을 담았습니다. 1~3년차에 나름의 수업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단계를 지나 3~5년차에 수업 사춘기를 겪고 5~10년차에 학생들의 삶에 가닿을 수 있는 역사 수업을 구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교사 생애주기에서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초협력교실>을 기획한 편집자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고, <초협력교실>에서 만난 비슷한 연차의 선생님들 역시 이 코너에 원고를 싣겠다고 자원해주신 이유도 이 고민과 맥이 닿아있다고 고백하고 계십니다.

  전남 지역에 계시는 양홍석 선생님 역시 같은 열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제 강제동원 연구자인 정혜경 선생님과 함께 식민지 조선인의 삶을 여수 지역사와 연결 지어 수업하고 싶으시다는 뜻을 전해오셨습니다. 양홍석 선생님은 연구자와 협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고민을 지역 모임과 함께 공유하셨습니다. 편집자의 주를 쓰는 지금 COVID-19 4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계획하였던 모든 일정이 사라져 마음이 아린 요즘이지만, 그 틈에서도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찾았던 기록을 살펴보시면서, 2학기를 준비하시기를 간곡히 소망합니다.


1. 쌓여가는 연차만큼 늘어가는 수업 고민


  벌써 교직 8년차가 되었다. 낼 모레(?) 10년차에 임박하는 교직 인생이 정말 빠르게만 느껴진다. 첫 임용이 되고 겁 없이 수업하던 그 시절, 나는 잘 구성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몰입도 있는 수업이 충분히 사고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져있었다. 교사 주도의 강의식 수업에 몰두하던 나는 10년 후면 수업 내공이 탄탄한 달인이 되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3년차부터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3년간 꾸준히 내 수업을 듣고 졸업하게 된 아이들에게 역사 수업의 소감을 물었다. “역사 수업 최고에요!” “재밌었어요!” 기쁘게도 좋은 칭찬을 받았지만, 나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과연 나의 설명을 다 이해한 것일까? 아니면 나와의 의리(?)로 수업을 열심히 들은 것일까? 내 역사 수업의 목적과 방향은 무엇일까? 나는 역사 교사였는가 아니면 교실 속 광대였던 것인가? 


  문득 든 고민들로 인해 4년차부터 수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여가도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수업 준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역모 홈페이지에 공유된 많은 활동지를 보며 몇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수능 대비, 진도 핑계 등을 대며 다시 강의 수업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전에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부분도 주저하게 되고 수업에 대한 확신도 자신감도 떨어졌다. 수업 준비 과정에서 혼란에 빠지니 잘 되던 강의식 수업도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윤종배 선생님을 비롯한 전국모임 선생님들의 강연과 책들, 그리고 함께 고민을 나눠준 전남모임 선생님들 덕분에 조금씩 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수능이나 진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나만의 역사 수업 목표를 세우며 주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활동지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교사의 말로 설명하던 부분을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지를 통해 깨닫게 하는 방법은 정말 쉽지 않았다. 자료나 발문 구성에 있어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아이들의 사고를 자극하려면 먼저 교사인 나부터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사 수업을 맡게 되면서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연차가 쌓여도 수업 고민은 끝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나는 신규 때의 포부처럼 수업의 달인이 될 수 있을까?



2. 민주시민교육과 한국 현대사 수업 고민


  수업 고민에 열중이던 시기에 터진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하면서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주제 선정에 있어 근현대사 비중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의 현재 인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역사 수업을 진행하면 아래로부터 정치를 바꿀 원동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근무하게 된 우리 학교는 한국사가 1학년 2단위, 2학년 1단위로 편성되어 있었다. 내가 2학년 한국사와 세계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사는 현대사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1단위 수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분단과 반공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이라는 큰 질문을 바탕으로 주제 중심 수업을 진행하였다. 현대사 수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1945년 해방 직후 맥락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편견과 오 개념을 수정하고 좌우개념도 설명해야 했다. 변화에 대한 당시 민중의 열망, 분단으로 인한 좌절과 부조리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특히 우리 지역과 관련 깊은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을 주제로 다루기 위해 짚어야 할 맥락들도 많았다.


  현대사의 여러 문제를 아이들의 삶과 관련지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현재와 동떨어진 것 같은 ‘분단과 반공체제’가 오늘날까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깨닫게 할 것인가? 이러한 물음은 현대사 수업 구성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강의로 하면 쉽겠지만 그렇게 하면 현대사에 대한 나의 인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친구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업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지난 1년간 현대사 수업을 운영했었다.  


   

3. 고민의 순간 찾아온 초협력교실의 기회


  한참 현대사 수업 고민을 하던 중에 박래훈 선생님의 권유로 초협력교실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연구자와 함께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현대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수업자료구성 측면에서 역량 부족을 한없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자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협업 기회는 정말 소중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초협력교실 수업사례를 보면서 나름대로 어떤 수업을 해볼지 고민하였다.


  2020학년도를 마무리하던 겨울,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고 편집부로부터 2021학년도 상반기에 수업을 진행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 초협력교실 기회가 왔을 때는 여수·순천10·19사건(여순사건)을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고자 했다. 그런데 2021학년도 한국사 수업을 다시 구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해방 이후 역사를 다루기 전에 일제강점기 사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순사건을 제대로 고찰하게 하려면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 그중에서도 여수의 상황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해방 직전인 1940년대 여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강제동원 사례와 당시 조선인들의 삶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정혜경 박사님을 협력 연구자로 선정하고 수업 준비를 시작하였다.



4.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식민지 조선인의 삶 찾기


  우리 학교 2학년의 경우 1학년(2단위) 때 일제강점기까지 진도를 나간 상황이라서 굳이 복습하지 않고 바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을 주제로 지역사 수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대체로 아이들은 식민통치 정책과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역사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시험에 나오는 내용을 부지런히 외우다가 기말고사 이후에 까먹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사회경제적 변화는 어떠했는지, 당시 국내 남아있던 조선인, 특히 여수지역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변화를 꿈꾸었는지 자료를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혜경 박사님께 보낼 수업 초안과 활동지 자료를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신감 있게 수업 준비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나의 공부 부족을 크게 느꼈다. 수업 방향에 대한 고민도 많아 여러 번 활동지를 갈아엎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을 여수 지역사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했지만 생각보다 원하는 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고 강제동원 사례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연구자의 도움이 절실한 부분이었다. 설상가상 2학년부장으로서 2월 새 학년 준비 기간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통에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아 멘붕에 빠지기도 하였다. (사실 핑계다 ^^;;) 욕심에 비해 역량이 따라주지 않아 참으로 막막했다.


  바로 지역사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하나씩 배경지식을 쌓는 방식으로 수업 구성을 수정하였다. 대단한 수업을 준비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진 역량과 자료 내에서 일단 초안을 만들어 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갖고 있는 책과 교과서 자료를 기반으로 일단 수업을 설계하였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 사건을 바탕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살펴보고 정말 식민지 조선은 근대사회였을지, 식민지 조선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지, 당시 조선인의 삶은 어땠을지 살펴보는 수업을 구상하였다. 미래엔, 금성, 해냄 3종 교과서 자료와 이준식 박사님, 정혜경 박사님의 책 내용을 발췌하여 읽기 자료를 구성하였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읽기 자료지만 사실 교사인 내가 더 공부가 되었다. 1910년대, 1920년대, 1930~40년대로 구분하여 일제의 식민통치와 민족운동으로 간단히 나눠 강의식으로 정리해버렸던 나에게 일제강점기 사회경제를 수업의 중심으로 두었던 경험은 나름대로 유의미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식민지 조선인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이해한 후 이어서 식민지 여수인의 삶을 살펴보는 방향으로 수업 계획을 수립하고 활동지를 만들었다.  



5. 일제강점기 우리 지역의 변화와 여수인의 삶


  교과서와 연구자들의 책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사회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깔아주고 여러 사례를 제공해주는 단계(1~2차시)까지는 무난하게 구상했지만, 여수 지역사를 다루는 부분(3차시)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일제강점기 여수에 대한 자료를 풍성히 살펴보지 못한 나의 역량 부족도 있었고 수업에 딱 활용할만한 자료도 쉽게 찾기 어려웠다. 애초에 강제 동원과 관련하여 여수인의 삶에 초점을 두면서 수업을 준비하고자 했던 계획도 쉽지 않았다.


  이에 여수 지역사 수업의 초안 방향을 조금 수정하였다. 우선 식민지 여수의 모습이 어땠는지, 일제 식민 통치로 인해 여수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방향으로 변경하였다. 여수 사람들에 대한 탐구보다는 여수라는 도시의 변화에 우선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시 여수 민중들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구하기 어려웠지만, 주철희 박사의 책을 통해 식민지 여수의 변화는 어느 정도 다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여수인의 삶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맡겨보기로 마음먹고 ‘역스타그램 활동’을 구상하였다. 일제강점기 여수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SNS 게시물을 제작하는 활동이었다. 바로 게시물을 작성하지 않고 우선 ‘일제강점기 여수의 가상인물 설정하기 활동’(4차시)을 통해 SNS 주인인 가상 인물의 캐릭터 설정 시간을 갖고 다음 차시에 본인이 설정한 가상 인물이 SNS를 한다면 어떤 게시물을 작성할지 1인칭 시점에서 상상하여 작성(5차시)하도록 의도하였다. 교사가 제시한 자료가 풍성한 상황이 아니니 아이들이 좀 더 개방적으로 당시를 상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상상의 원천이 되는 자료가 부족한 점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추가로 수정하고 보완하겠다고 다짐하면서 5차시 분량의 수업 초안 구상을 마무리하였다.


6. 함께 만드는 수업 그리고 수업 나눔 준비


  활동지 초안을 정혜경 박사님께 보내드렸다. 고민만 잔뜩 안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초안 발송 시기가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수업을 바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피드백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저의 불찰입니다) 활동지 구성 과정에서 했던 고민과 질문을 담아 메일로 보내드렸다.


정혜경 박사님

정혜경 :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식민지 시기 재일 조선인의 역사를 주제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구술사Oral History를 시작했고, 1999년부터 기록학Achival Science 분야도 공부했다. 일제 강제동원 진상규명 정부기관인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서 11년간 조사과장으로 일하며, 수천 명의 피해자를 만나고 그들의 경험과 마주했다.


2019년 현재 ARGO인문사회연구소와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역사문화콘텐츠를 통한 역사대중화에 관심을 가진 이들과 매달 활기찬 놀이터(역사문화콘텐츠 공간)를 열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과 함께 일본이 남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쟁유적을 찾고 있다.



  고민은 크게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지역사까지 끌어오는 수업 전체 흐름이 자연스러운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특히 2차시에서 오류가 없는지, 3차시의 여수 지역사 부분이 2차시와 어떻게 맥락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고민스러웠다. 정혜경 박사님은 두 차례의 피드백을 통해 사실 관계를 정리하는 답변을 주셨다. 특히 '전시체제'라는 개념에 문제를 제기하셨다. 전시체제는 일본 학계에서 파시즘을 부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기에 대신 국가총동원체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흐름을 안내하셨다.


    박사님께서는 사실관계나 내용 지식을 점검하는 것 외에 발문이나 수업 구성에 대한 피드백을 던지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셨다. 아무래도 그 부분은 교사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신 듯했다. 겸손하게 피드백을 해주셨지만 활동지 읽기 자료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용어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전남역사교사모임의 든든한 지주로서 지역에서 꾸준히 연구와 답사 안내를 하고 계시는 박병섭 선생님께서도 활동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체험학습 자료집 사업인 ‘민주평화길 여수편’ 작업을 함께 하면서 자주 뵙다 보니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아래는 박병섭 선생님께서 공유해주신 내용이다.     


1.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시사 자료를 잘 활용한 것은 좋았습니다. 

2. 글월(문서) 자료가 많은 데 흑백으로 인쇄해 주는 학습지를 우리 아이들이 읽으려고 할 것인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3. 인터넷의 좋은 자료를 자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포털에서 그냥 찾으면 빨리 찾기 어려우니까요. <디지털 여수문화대전>, <여수넷통> 사이트를 자주 찾아보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4. 활동 부분에서 역사교훈여행(다크투어) 개념을 도입하여 여수에 남은 일제의 흔적 찾기를 여수 관광과 연결해 보게 하는 것은 어떤가요? 1차 훈련하면 2학기에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혜경 박사님께 사실관계와 용어를 피드백 받고 박병섭 선생님께 발문과 수업 흐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활동지 수정 보완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나의 수업 고민과 준비과정을 지역의 선생님들과 나누고 ‘전역모 초협력교실’ 프로젝트도 알리기 위해 마지막 5차시 수업은 전남역사교사모임 공개수업으로 진행하기로 전남모임 집행부 선생님들과 결정하였다. 공개된 수업에 대한 지역 선생님들의 성찰 과정을 청취하고 피드백을 참고하면 다음에 수업 후기 원고를 작성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차시(5차시)는 그동안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여수인의 삶을 역스타그램이라는 SNS 틀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수업이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당시 있었을 법한 일을 추론해보는 역사적 상상력과 당시 시대적 배경 및 상황을 고려하는 맥락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수행평가 영역이기도 하다. 이전 차시에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텔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여 본 차시인 역스타그램 활동을 풍성하게 만들고자 의도하였다. 완성된 결과물은 ‘좋아요’ 스티커와 댓글 달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끼리 서로 공유하고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수업에 참관할 선생님들을 위한 간단한 지도안도 작성하면서 공개수업 준비까지 미리 해놓으니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이제 아이들과 수업으로 만날 날만 남았다.




7. 수업 준비를 마치며


  강의식이 아닌 활동 중심 수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했던 최근 몇 년간의 수업 준비과정은 쪽대본에 쫓기는 드라마 촬영 현장과도 같았다. 수업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여러 핑계를 대며 마음만 불편하게 주말을 보내던 나는 몰려오는 스트레스 속에 일요일 저녁이 돼서야 부랴부랴 활동지를 만들곤 했다. 그리고 언제쯤 학기 개시 전에 미리 수업 준비를 끝내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었다. 일반고에서의 나의 겨울방학과 2월은 학교생활기록부와의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수업 준비는 뒷전이었다. (사실 이것 또한 핑계다^^;;) 수업 준비를 학기 중에 라이브로 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2021학년도 1학기에는 미리 수업을 공들여 준비할 수 있게 되어 초협력교실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고민만 하다 원고와 활동지 초안 제작이 늦어진 탓에 연구자님과 전역모 편집부 선생님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여 미안한 마음도 가득했다. (사실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일제강점기 여수의 변화를 알아보면서 수업을 준비해보니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되었다. 또한, 지역사를 활용해 아이들을 수업 맥락으로 끌어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진행되는 5차시 수업 과정과 아이들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그리고 전남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과의 수업 성찰 내용까지 더해서 더욱 풍성한 후기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린다. 수업 실행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전국의 선생님들과 함께 초협력교실을 통해 수업 고민을 나누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본 원고에 등장한 수업안은 전역모 홈페이지 게시판, <역사교육> 브런치 플랫폼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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