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집, 보험료까지 직접 살아보니 보이는 진짜 미국 생활비
실제로 살아보니 듣던 대로 미국 물가는 비싸다.
하지만 직접 살림을 해보니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한 품목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비용이 절감되기도 한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돈이 줄줄 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 생활비를 결정짓는 요소들을 알고 나니, 비로소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50개의 주가 각각 하나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생활환경의 차이가 크다.
비교적 생활비가 저렴한 편에 속하는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한국 주부로서, 내가 체감하는 현실 물가를 정리해 보려 한다.
성장기 아이 둘을 키우는 집에서 육류는 필수 품목이다. 미국 전반적으로 한국 보다 육류 가격이 저렴하지만, 텍사스의 고기 가격은 한국과 비교 불가 수준으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한국 코스트코에서 100g당 약 11,000원에 사던 USDA 프라임 등급 립아이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약 5,000~6,500원 수준이다. 현지 생산으로 유통 마진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우만큼 맛있다고 생각하는 아메리칸 와규 역시 한국에선 100g당 14,000원 대지만, 이곳에선 평소에도 한우의 반값이며 할인 행사 시에는 약 4,7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과일 또한 종류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사과 가짓수만 열 가지가 넘고,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과일들도 많다.
여름철마다 쏟아지는 베리류, 한국에선 귀한 납작 복숭아를 부담 없이 즐긴다.
특히 중남미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아보카도나 캔털루프 멜론은 한국의 절반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과일 킬러인 아이들에게 텍사스 마트는 그야말로 축제와 같다.
미국은 대형 식품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PB(자체 브랜드) 비중이 높아 시리얼, 소스, 냉동식품 같은 가공식품 가격이 매우 경쟁력 있다.
피자·빵·디저트 할인 행사도 일상적이며, 급속 냉동으로 영양 손실이 적은 냉동 채소 역시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다.
낯선 미국 가공식품은 성분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급하게 식사를 준비해야 할 때는 든든한 ‘구원투수’가 된다.
반면 의류·신발·장난감·가전 등 비식품 소비에서는 정가 구매 자체가 드문 문화다. 미국 리테일은 시즌 교체 주기가 빨라 할인과 마크다운 행사가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4만 원에 판매되던 가방이 개학 다음 날 2만 원으로 떨어진다.
정가는 출발점일 뿐, 진짜 가격은 ‘할인 후’에 형성되는 시장이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는 하루 행사가 아니라 11월 한 달간 이어지는 대형 세일 시즌으로, 가전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기회로 꼽힌다.
또한 TJ Maxx, Marshalls 같은 오프프라이스 매장에서는 시즌 종료 상품이나 오버스톡을 유통하기 때문에, 한국 백화점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미국 브랜드 의류를 50~70% 저렴하게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미국 체형 중심으로 구성된 사이즈 속에서 내 몸에 맞는 ‘보석’을 찾아내는 인내심은 필수다.
주유소에 갈 때마다 텍사스 거주 만족도가 높아진다.
미국 평균적으로 기름값이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텍사스 기름값은 유독 저렴하다.
텍사스는 단독으로 세계 산유국 순위를 매기면 4위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휘발유가 리터당 1,600~1,700원 대일 때, 이곳은 리터당 약 900~1,000원이다. 캘리포니아 기름값이 한국과 맞먹는 것과 비교하면 텍사스의 기름값은 텍사스 거주민의 최고의 혜택이다.
미국에서 한식 재료는 그야말로 금값이다.
우리 가족 한 달 식비 중 30%를 한인마트에서 지출하니 그 비중이 적지 않다.
천 원이면 사던 콩나물 한 봉지가 $2(약 2,700원)를 넘고, 깻잎이나 버섯은 한국의 2~3배 가격을 각오해야 한다. 태평양을 건너온 소스 가격을 보면 고깃값에서 아낀 돈이 향수병 비용으로 고스란히 치러지는 셈이다.
미국은 인건비가 무섭게 높다.
4인 가족 외식은 팁과 세금을 포함해 최소 15만원에서 제대로 된 식사는 30만원까지 생각해야 한다.
자동차 리모컨 키를 교체하며 무심코 기본 컬러가 아닌 오렌지 색상을 골랐다가 커스텀 비용이 붙어 키 하나에 약 80만원을 청구받고 눈을 의심한 적도 있다. 만약 집에 문제가 생겨 상황을 봐줄 사람을 부르기만 해도 기본 $100, 약 13만원에서 시작한다.
사교육비도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만, 축구, 수영, 바이올린 등 예체능 레슨을 시작하면서 높은 미국의 사교육비를 체감한다.
심지어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에서 큰 차이가 안나보이는 구몬, 눈높이 학습료도 미국이 더 비싸다. 한국에서 한 과목당 월 13만 원에 다니던 학습지 센터 교육비가 미국에서는 24만 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리는 물론 잔디 깎기, 페인트칠,
방충작업, 가족 머리 커트, 홈스쿨링까지
직접 하는 미국 엄마의 셀프 라이프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미국 의료비는 익히 악명 높다.
4인 가족 기준 보험료만 월 50 ~ 100만원 수준이며, 커버리지가 넓은 우리 가족 보험의 경우 매달 100만 원에 달한다.
보험이 있어도 진료당 약 3~7만 원의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며, 응급실 방문은 한 번에 약 34~68만 원이 흔하다. 한국의 부담 없고 편리한 병원 방문이 이곳에선 한 번 더 고민이 필요한 일이 된다.
내가 사는 지역의 4인 가족이 거주할 만한 주택(70~80평) 월 렌트비는 약 350~400만원 선이다.
꽤나 오래된 이 하우스의 시세는 60만 달러, 한화로 약 8억 원 정도다.
요즘 서울 집값을 생각하면 ‘저렴한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집을 소유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없는 대신 재산세율이 최대 2.7%로 미국 내 최상위권이다. 60만 달러 주택 기준, 연간 재산세만 약 1,700~2,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대출 이자와 보험료, HOA(관리비)를 합치면 월 주거비가 600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엔 집값 상승도 주춤하다 보니, 텍사스에서는 자가보다 렌트가 유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행자의 시선이라면 환율을 기준으로 한국이 저렴한지, 미국이 비싼지 비교하는 것이 의미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절대적인 환율 계산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얼마를 벌고 살아가느냐에 달린 ‘구매력’이다.
앞서 언급한 높은 인건비는 곧 소득 수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가구 중위소득은 한국보다 약 1.7~2배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물가만큼 한국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국 식당 종업원의 시급이 1만 원 초중반대라면, 텍사스 기준 미국 서비스직은 시간당 17~18달러 수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 팁을 포함하면 시간당 3만 원대를 받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무직이나 테크 직군 역시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소득 대비 지출 비중으로 바라보면, 미국의 체감 물가는 생각보다 낮아질 수 있다.
결국 미국 물가는 식재료와 공산품은 저렴하지만, 서비스와 고정 지출은 높은 구조다.
집에서 요리하는 삶을 택하면, 풍요로운 식탁을 누릴 수 있지만 편리함만 고집하면 지출은 빠르게 늘어난다.
또 어느 주에서 살고, 매달 얼마를 벌며, 어떤 생활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체감 물가는 크게 달라진다.
환율 계산기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두 나라의 시스템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미국에 사는 목적, 여건에 따라 이곳에서의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미국 살이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