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보다 중요한 ‘끝까지 해내는 태도’에 대하여
큰 아이가 만 6세가 되던 해의 봄,
나의 ‘싸커맘(Soccer mom)’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유소년 축국클럽에 가입했고, 매주 화요일 저녁엔 연습을 토요일 아침엔 다른 팀과 경기를 한다.
처음엔 그저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방과 후 활동 하나가 추가된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운영 방식부터 운동의 목적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가장 생소했던 건 전문 코치 대신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끄는 페어런츠 발론티어 코치(Parent Volunteer Coach) 시스템이다.
기관은 일정과 가이드라인만 제공할 뿐, 필드 위에서 아이들과 땀 흘리고 전술을 고민하는 건 오롯이 발론티어 코치의 몫이다. 그는 대가 없이 매주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경기를 이끈다.
놀라운 점은 코치를 포함한 모든 부모들이 이 작은 아이들 축구에 꽤 진심이라는 점이다. 부모들은 경기장 근처에 앉아 아이들의 연습과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다.
사실 미국 부모들의 예체능에 대한 열정은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말 아침이면 집 근처 공원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축구장 20개가 넘는 면적의 공원. 광활한 잔디와 코트에서 축구, 야구, 농구 경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부모들은 각자 챙겨 온 캠핑 의자에 앉아 운동하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돌아가며 간식을 챙겨 와 경기 후 나눠 먹는 것까지가 하나의 루틴이다.
종종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까지 와서 아이의 경기를 지켜보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경기를 뛰고, 부모는 우산을 들고 앉아서 그 곁을 지킨다.
처음엔 ‘아이 운동에 이 정도로 진심이라고?’ 싶은 마음에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이 풍경 속에 섞여 지내다 보니, 미국 부모들이 왜 이토록 예체능에 열을 올리는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그들이 스포츠를 통해 가르치고 싶은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팀 안에서 내 역할을 찾고, 규칙을 지키고, 때로는 억울한 패배도 견뎌보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경기를 지켜보며 미국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외치는 말도 늘 비슷하다.
Stay focused!
Pass! Help your teammate!
실제 미국 입시에서도 스포츠나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가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얼마나 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꾸준히, 진심으로 참여했는지가 더 큰 기준이 된다.
이 아이가 끝까지 해내는 사람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할 줄 아는 사람인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코치로 나서는 건, 어쩌면 아이의 성장 과정을 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미국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만큼이라도 아이의 배움의 영역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기로 했다.
축구를 하며 협동을 배우고, 바이올린을 켜며 지루함을 견디고, 수영장에서 레인을 돌며 스스로 한계를 넘는 경험. 이런 시간들이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또 다른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미국 부모들의 풍경이 이제는 내 일상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나는 캠핑 의자를 챙겨 들고 공원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