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능력은 붙잡는 게 아니라 맡기는 것이었다
16일 차. 혼자 하려다 알게 된 것
임원 해임 통보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바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분도 좋지 않았고, 회사를 나갔어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네시스 G90을 구매할까 생각했었습니다. 당시에는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지금 돌아보면 꽤 충동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차량 견적을 내보니 여러 옵션을 포함해 1억 원에 가까웠습니다. 개별소비세 인하를 적용해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습니다.
저는 차량 운행을 잘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과거 차량 운행기록을 보았습니다. 연간 2000km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허례허식보다는 ‘실용’을 택했습니다.
회사 밖의 세상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차량 인수에 관한 행정 업무를 직접 처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중고차 회사 직원으로부터 구비서류 안내를 받았습니다. 계약서 여러 장에 서명과 날인을 했고, 요구된 서류도 빠짐없이 제출했습니다.
며칠 뒤, 중고차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계약서에 서명 날인이 빠진 부분이 있고 인감증명서 도장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다시 작성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인감증명서도 다시 가져가겠습니다.”
다음 날 중고차 회사에 다시 방문해 계약서를 보완하고 인감증명서를 새로 제출했습니다. 직원은 앞으로 남은 절차를 설명해 주다가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분들은 이런 행정 업무를 위탁업체에 맡기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중고차 회사에서 추천해 준 위탁업체 ‘다○○’에 자동차등록 업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회사 밖에서는 모든 걸 혼자 붙잡고 있는 게 능력이 아니라, 적절히 맡기고 흐름을 유지하는 것 역시 적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