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관계의 거리는 그렇게 바뀌고 있었다
17일 차. 계산대 앞에서 알게 된 것
예전에 사무실로 인사를 하러 왔던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미리 해두었던 약속 중 하나로, 오늘은 한 팀과 점심을 함께하는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이 이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습니다.
점심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여직원들과의 식사였습니다. 업무 이야기와 근황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가는 순간,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희가 내야 하지 않아요?”
그저 한마디였을 뿐인데, 그 말이 이상하게 크게 들렸습니다. 그날 내내 마음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괜히 신경이 쓰여 커피값까지 제가 계산했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점심 식사가 끝났고, 직원들은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잠시 그 자리에 남아 다시 갈 곳을 떠올렸습니다. 저녁 약속까지는 네 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하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도, 카페에 오래 앉아 있기도 애매했습니다. 선정릉에 가서 시간을 보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강남역 근처에서 근무하는 후배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이 되어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직원들과의 식사였습니다. 점심과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웃음이 많았고, 술잔도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한 직원이 말했습니다.
“상무님, 이번에는 저희가 내겠습니다. 그동안 많이 사주셨잖아요.”
잠시 고민하다가 웃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사달라고 할 때 사줘.”
요즘 이런 순간이 자주 생깁니다. 처음에는 어색했고, 기분이 썩 좋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식사 도중 자리를 나와 미리 계산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직함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