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갈 곳이 있다는 것의 의미
24일 차. 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졌다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에 법인 대리기사를 불렀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습니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운 것은 월급도, 직함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매일 가야 할 곳이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향해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차이는 밤의 지하철 안에서 더 또렷해졌습니다.
며칠 전,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함께 지하철을 탔습니다.
“상무님, 대리기사 부르셔야죠?”
“집에 두고 왔어.”
짧은 대화였지만,
그날의 지하철은 유난히 어색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같은 위치에 있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집 앞 역에 내려걸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차 뒷자리에 앉아 눈을 붙이고 있었을 시간입니다.
지금은 내가 직접 집으로 걸어갑니다.
이제는 명함도, 직함도 없습니다.
회사 임원이 아니라
그냥 동네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집 앞 주차장에 서 있는 내 차를 보았습니다.
괜히 쓸쓸해 보였습니다.
현관문 앞에서 나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이제는 적응해야 한다.
회사 임원이라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길이 길어서가 아니라,
도착한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