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면서도 오늘을 살아낸다는 것에 대하여
아이는 신발을 제대로 신기도 전에
집 앞 놀이터로 달려 나갔다.
미끄럼틀 옆에서 발을 헛디뎌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릎을 내려다보더니 잠깐 울고,
내가 “괜찮아?” 하고 묻기도 전에 아이는 일어났다.
“다시 해볼래.”
조금 전의 울음은
그 아이에게 이미 끝난 일이었다.
나는 그네 쪽으로 향하는
아이의 등을 보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 아이는 넘어져도 다시 자기 몸을 믿고 가는데,
어른이 된 나는
왜 자꾸 나를 의심하게 될까.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는 나 자신을 잘 믿지 못한다.
선택은 했는데 확신이 없고,
버티고는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루를 성실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도
밤이 되면 괜히 마음이 불안해진다.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오늘이 끝났다는 사실이 버겁게 느껴질 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을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한 날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 피어난
작고 단단한 믿음 하나를 조심스럽게 붙잡아본다.
설령 원하는 결과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최선을 다해 지나온
그 순간의 나를 내가 먼저 믿어보자고.
예전의 나는
이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노력은 늘 결과로 증명되어야 하고,
버틴 시간은 반드시 보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삶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고,
모든 넘어짐이 실패는 아니라는 걸.
아이들은 넘어지면 울고,
울다 보면 다시 웃고,
어제의 실수는 오래 붙잡지 않는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어제와는 상관없이 다시 살아낸다.
그 단순하고 투명한 태도가
흔들리던 내 마음을 조용히 일으켜 세웠다.
삶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어떤 날은 실수하고,
어떤 날은 멈춰 서서 숨을 고르기도 한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의 흔들림마저 하나의 과정일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엄마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아이들은 그저 내 손을 잡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걸음을 맞춘다.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 위에는
사랑했던 사람들,
버텨낸 시간들,
그리고 두 아이가 건네준 말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나는
다시 하루를 살아낼 이유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흔들리면서도 선택하고,
두려우면서도 발을 내딛고,
때로 멈추지만
결국 다시 걸음을 뗀다.
그네 쪽으로 향하던 아이의 등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의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넘어져도 괜찮다고.
지금은 믿지 못해도,
언젠가는
다시 나를 믿고 걸어가게 될 거라고.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