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묻는 아이에게

너희만의 계절을 건너는 법

by soso han mauem


성장은 늘 질문으로 시작되고,

부모는 그 앞에서 조심스러워진다.


저녁 식탁에 앉아 있던 어느 날,

초등 고학년이 된 두 아들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사춘기는 언제 와? 어떻게 와?”


국을 한 숟가락 뜨려던 손이 잠시 멈췄다.


한때 작은 발로

내 품을 파고들던 아이들이,

이제는 마음의 변화를 스스로 궁금해할 만큼

자랐다는 사실이 순간 낯설게 다가왔다.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는 맑은 눈망울을 보자,

묘한 설렘과 아릿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이들이

나를 부르던 작은 목소리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인생의 많은 시작들이

늘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왔던 기억도 함께 되살아났다.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사람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잖아?


사춘기도 마찬가지야.

누구에게는 일찍,

누구에게는 천천히.


마치 서로 다른 하늘 아래에서 자라는 별처럼,

각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손님이란다.”


사춘기는

어떤 아이에게는 산들바람처럼

조용히 스쳐 지나가고,


어떤 아이에게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내릴 수도 있어.


“내일 올 수도 있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어서일 수도 있지.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

마음이 또 한 번 자랄 때 찾아올 수도 있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란다.”


그러자

작은 아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근데… 사춘기가 세게 온다는 건 뭐야?”


그 말속에 스며 있는 작은 두려움이 전해졌다.


나 역시

이유 없이 날카로워지고,

아무 말 없는 밤이면

혼자 울기도 했던

내 사춘기의 그림자가 문득 떠올랐다.


“사춘기를

‘세게 온다, 약하게 온다’고 나누기는 어려워.


사람은 누구나

자기 힘듦이 제일 크게 느껴지거든.


그래서 그 순간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걸 비교할 필요는 없어.


사춘기는

너희가 스스로

지나야 할 너희만의 계절이니까.”


창밖으로 저녁 햇빛이 식탁 끝에 금빛으로 번졌다.


그 빛 아래서

두 아이의 얼굴이

천천히 물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다짐했다.


사춘기라는 계절은

때때로 바람이 거세지고,

예기치 않은 비가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과해야 마음의 뿌리가 더 깊어지고,

자신만의 색이 선명해진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사춘기가 온다는 건, 너희 마음이 한층 자라고

단단해질 준비를 한다는 뜻이야.


엄마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만…

그때 너무 엄마를 아프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말에 아이는 해처럼 웃으며 말했다.


“응, 알았어!”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잔잔한 위로처럼 내려앉았다.


알 수 없는 계절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마음을 닮아

고운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그들의 사춘기가

어떤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나는 언제나처럼

그 곁에 따뜻한 그림자처럼 서 있을 것이다.


포근한 품과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아이들의 모든 날을 감싸 안으며.


부디 이 진심이 아이들의 마음에 닿아,

그들의 사춘기가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깊은 색을 품는

아름다운 성장의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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