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바라보는 가장 솔직한 시간
며칠 전,
아이와 함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았다.
“왜 이 사람은 자기 얼굴을 이렇게 많이 그렸어?”
아이의 질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있었지만,
나는 한동안 그림 속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칠게 얽힌 붓질.
어딘가 지쳐 보이는 눈빛.
그러면서도 묘하게 단단해 보이는 표정.
그는 왜 그렇게 자주
자신의 얼굴을 그렸을까.
나는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섰다.
화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흠을 고치려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의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 얼굴 안에 어떤 마음이 머물러 있는지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자화상이란 어쩌면
잘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견디기 위해 남기는 기록인지도 모른다.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가 마주한 나.
사진처럼 겉모습만 남기지도 않고
일기처럼 감정만 흘려보내지도 않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과
드러내지 않았던 진심이 스며든다.
설거지 앞에서
고무장갑을 낀 채
물을 틀어두고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나.
아이 숙제 옆에서
연필을 들고는 있었지만
사실은 내 하루를 되짚고 있던 나.
밤에 불이 꺼진 거실,
핸드폰 불빛이 얼굴 한쪽만 비출 때
그 빛 아래에서 괜히 한숨을 삼키던 나.
그 순간들에도
나는 어딘가에
작은 자화상을 남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아이를 키우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얼굴을
이제야 천천히 들여다본다.
피로가 내려앉은 눈빛.
무언가를 꾹 눌러 담은 입술.
그래도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고
조용히 힘을 주고 있는 턱선.
나는 그 얼굴 옆에 서서 가만히 말을 건넨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이 짧은 문장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내 하루를 떠받치는 작은 배경이 된다.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은 반성도 다짐도 아니다.
그저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
오늘의 얼굴에 담긴 마음을
서두르지 않고 바라볼 수 있을 때
나는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진다.
아이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엄마는 어떤 얼굴을 그리고 싶어?”
나는 대답 대신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오늘의 자화상은
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조용한 안부라고.
이 공간에서의 기록은 여기서 잠시 멈춥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계속될 것입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각자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요한 하루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얼굴을 낯설지 않게 마주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