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감각이 된다

짭짤하고 달콤한 마음들, 그 감각의 언어

by soso han mauem

아이들은 어른이 어느새 멈춰 버린 질문을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다.


“왜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지?”

“왜 이름은 아빠 성을 따라야 할까?”

“왜 생물마다 지능은 다를까?”

“왜 사람은 볼일을 봐야 할까?”

“왜 책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른에게는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처럼 보인다.


살아가며 수없이 듣고,

대충 넘기고,

굳이 다시 꺼내지 않게 된 것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세계다.


아이들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묻고,

자기 마음을 알아가기 위해 생각한다.


그 생각은

언제나 먼저 감각으로 온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은 정말 감각이 된다.


아이들의 질문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생각을 머리로만 하지 않는다.

먼저 느끼고,

그다음 말을 찾아낸다.


생각을 맛보고, 냄새를 맡고, 손으로도 만져보고

소리를 듣고, 마음속에서 천천히 굴린다.


아이들 안에서

생각은 문장이 되기 전부터 감각이 된다.


그래서 아이의 말과 글에는

온도와 질감이 남아 있다.


어떤 아이의 생각은 짭짤하고 매콤하다.

쉽게 속지 않으려는 마음이 단단하게 자라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벼려 온 시간도 그 안에 담겨 있다.


또 어떤 아이의 생각은 수박처럼 달콤하고,

인형처럼 따뜻하다.

사람을 좋아하고 세상을 믿는 마음이

그대로 온기를 띤다.


맛도, 온도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묘하게 닮은 지점이 있다.

아이들은 결국 자기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시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서 시작된다.


잘 다듬어진 문장보다 먼저 보이는 건

아이가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태도다.


완벽하게 쓰지 못해도 괜찮다.


오히려 덜 다듬어진 문장 속에

마음의 본질이 남아 있다.


아이의 글에는 멋있게 보이려는 욕심보다

솔직하게 느끼려는 용기가 먼저 들어 있다.


아이들의 시를 읽다 보면

평가하려던 마음이 내려간다.


잘 썼는지, 틀렸는지,

의미가 분명한지 따지게 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 아이는 이렇게 느끼는구나.


아이들의 생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숨기지 않아서 더 깊다.


이제 아이들의 시를 천천히 꺼내어 보려 한다.


아이들이 세상을 어떤 맛으로 느끼는지,

어떤 냄새로 기억하는지,

어떤 소리로 마음을 설명하는지.


그 작은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우리도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찾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은 정말 감각이 된다.




내 생각의 사람


꼬마시인 박 O성


내 생각을 먹어 본다면

짭짭하면서도 매콤한 맛일 것 같다.

내 생각은 단단하고 까다로우니까.

잘 따지고, 잘 속지 않는 내 생각!


내 생각의 냄새를 맡아본다면

마라탕에 지독한 곰팡이를 추가한 냄새일 것 같다.

내 생각은 마라탕처럼 빨갛고,

곰팡이처럼 지독하니까.


나는 성격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


내 생각을 만져 본다면

뜨겁고 따갑고, 뻑뻑할 것 같다.

내 생각은 갓 구운 소고기처럼 뜨겁고,

돌처럼 뻑뻑하니까.


내 친구들 생각은 어떨까?


내 생각의 소리를 들어 본다면?

매미 우는 소리 같은 고음일 것 같다.

내 목소리는 매미 소리보다 더 큰 고음이니까.

내 옆에 있으면 고막이 터질걸?




생각의 오감


꼬마시인 박 O호


내 생각을 먹어 본다면?

수박처럼 달콤하고 달달할 것 같다.

먹으면 속이 개운해질 것 같다.

많은 맛 중에 왜 달달할까?

그야, 내가 핑크 왕자니까.


내 생각의 냄새를 맡아본다면?

데이지꽃처럼 향기로울 것 같다.

왜 냄새가 데이지꽃일까?

그야, 데이지꽃이 아름다우니까.


내 생각을 만져 본다면?

아주 부드러운 인형을 만지는 느낌일 것 같다.

그리고 핫팩처럼 따뜻할 것 같다.

왜 따뜻할까? 그야, 내가 지혜로우니까.


내 생각의 소리를 들어 본다면

아이들이 놀고 있는 소리가 날 것 같다.

시끄럽지만, 나도 즐겁다.

나는 왜 기분이 좋을까? 아이들이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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