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어느 계절일까

아이들은 계절을 찾고, 나는 나를 찾았다

by 소소한 마음



주세페 아르침볼도, 〈사계〉, 1573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앞에 아이들이 섰다.


과일과 꽃,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얼굴.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계절을 찾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계절은 그림 속에 있고 시간은 내 안에 있다


겨울이다


겨울 그림 앞에서 잠시 조용해졌다.


앙상한 가지.

마른 공기.

비어 보이는 얼굴.


“외로워 보여요.”

“그래도 쉬는 것 같아요.”


겨울은 멈춤이다.

겉은 비어 있지만 속은 준비 중이다.


한때 나는

일정표가 비어 있는 날을 견디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이

괜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멈추면 뒤처진다고 믿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겨울잠 자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했다.


겨울은 사라짐이 아니다.

숨 고르기다.

다음을 위한 저장이다.



봄이다


어느새 아이들은 봄을 찾는다.


꽃과 새싹.

막 깨어난 동물의 눈.


“따뜻해요.”

“이불 같아요.”


봄은 시작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계절.


나는 시작 앞에서 자주 망설였다.

조금 더 준비된 다음에 하겠다고

스스로를 붙잡아 두었다.


아이들은 다르다.

작은 새싹에도 환호한다.

아직 피지 않았는데도 기뻐한다.


봄은 용기다.

조용히 고개를 드는 힘.


겨울을 지나야 오는 얼굴.

그래서 더 단단하다.




여름이다


햇빛이 강해진다.


아이들은 여름을

뜨겁고 신나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여름은 몰입이다.

땀 흘리며 자라는 시간.


나는 여름을 경쟁으로 살았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하지만 아이들은

여름을 놀이처럼 산다.

지금 이 순간을 전부로 여긴다.


여름은 증명이 아니다.

살아 있음 그 자체다.



가을이다.


아이들은 가을을 가장 먼저 말했다.

노랑과 빨강을 짚고

포도와 호박을 찾아냈다.


“맛있는 계절이에요.”


아이들 말이 맞다.

가을은 맛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그 맛은

시간이 익혀낸 열매에서 온다.


가을은 열매다.

서두르지 않은 시간이 맺은 얼굴이다.


나는 늘 익어가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채

완성된 모양부터 확인하려 했다.


잘 해냈다는 말보다

증명이 더 필요했던 시간들.


아이들은 다르다.

그저 바라본다.


각각의 색으로 물든 개성의 색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가을은 증명이 아니다.

잘 살아낸 시간이 맺은 하나의 열매다.


나는 그동안

내 삶에도 이미 열매가 맺혀 있었다는 걸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흐른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끝은 시작이 되고

멈춤은 깨어남이 된다.


아이들이 말했다.


“사계절은 친구 같아요.”

“다르지만 같아요.”


그 말을 오래 붙든다.


사람도 그렇다.


누군가는 가을에 서 있고

누군가는 겨울을 지나고

누군가는 막 봄을 시작한다.


서로 다른 계절 위에 서 있지만

같은 시간 안에 있다.


재촉할 이유도

비교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계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지금의 나는

아마도 겨울과 봄 사이.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는 계절 속 삶이다.


우리는

다르지만

같은 시간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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