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건네온 아버님의 방식의 사랑
말없이 건네는 마음은 대개
가장 늦게, 그리고 가장 깊게 도착한다.
어느 날 문득,
호떡이 먹고 싶어졌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맛이다.
노릇하게 구워진 반죽 사이로
흘러나오는 달콤한 설탕과 견과의 향.
그 냄새는 늘
나를 오래된 기억 속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주변 어디에서도 호떡을 찾을 수 없었다.
아쉬움을 삼킨 채,
그리움은 마음속에 조용히 남겨 두었다.
그날 저녁,
시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영상 통화를 하다
나는 무심코 아버님께 말을 건넸다.
“아버님,
오늘 호떡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결국 못 먹었어요.”
웃자고 한 말이었다.
어린아이 같은 푸념이었고,
금세 잊힐 이야기라 생각했다.
아버님은 늘 말씀이 적은 분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다정한 표현을 건네는 일도 익숙하지 않다.
며느리에게도 언제나 담담한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의 호떡 이야기가
아버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몇 주 뒤,
시댁에 방문했을 때였다.
아버님은
“산책 좀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말없이 집을 나서셨다.
그리고 잠시 후,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돌아오셨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봉투로 향했다.
하얀 종이봉투.
그 안에서 은근히 새어 나오는
익숙하고 달콤한 냄새.
설마 하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었을 때,
그 안에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호떡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순간,
가슴 한쪽이 조용히 무너졌다.
아버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왜 샀는지,
어디서 샀는지,
왜 기억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봉투를 내밀며 짧게 한마디 하셨다.
“식기 전에 먹어.”
그 말 앞에서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호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무심코 흘린
며느리의 한마디를 기억했다가,
말 대신 행동으로 건네온 마음이었다.
무뚝뚝해서 표현하지 않을 뿐,
아버님은 늘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시는 분이었다.
티 내지 않고,
묻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조용히 내미는 방식으로.
그날 먹은 호떡은 유난히 달았다.
설탕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이 천천히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호떡을 떠올릴 때면 나는 함께 떠올린다.
찬 바람 속에서도
말없이 따뜻함을 건네던 아버님의 뒷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