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견디는 마음에게 보내는 기록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마음부터 먼저 멈춰 선다.
창밖 풍경은
어느새 겨울의 중심에서 조금씩 숨을 풀고 있었다.
차갑던 바람은 누그러지고,
나뭇가지 끝에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새싹을 틔울 준비가 조용히 진행 중이었다.
그 변화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내려앉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왔을까.’
달력은 이미 한 장 한 장 넘어가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내 마음은 그 흐름과는
조금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려 했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막상 꺼내 보일 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 한편이 조용히 쓰렸다.
혹시
나만 제자리걸음을 한 건 아닐까,
조금 뒤처진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잠시 스쳐 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공허함 속에는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지금이라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는 마음.
크고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계절이 서두르지 않고 자기 속도로 색을 바꾸듯,
나 역시
나를 조금씩 데워 줄
작은 시작 하나면 충분하다고 느꼈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그 확신은 더 분명해진다.
아이들은
계절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기만의 속도로 자란다.
오늘의 기쁨을 충분히 느끼고,
필요할 때는 멈춰 서며 하루를 살아낸다.
그 모습 앞에서
나는 ‘더 빨리, 더 많이’라는
조급함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
어른이 된 우리는 자주 잊지만,
삶은 본래
계절처럼 천천히 물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중요했던 것은
화려한 성취도, 완벽한 계획도 아니었다.
지나온 시간을 겸허히 바라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용히 묻는 이 순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삶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늦게 찾아온 질문이라도 괜찮다.
그 질문이야말로
다음 걸음을 위한
단단한 뿌리가 되어 줄 테니까.
나는 지금,
내 안에 남아 있던
작은 빛을 향해 다시 천천히 걸어간다.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오늘을 견디는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