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내게 더 필요한 것은?

7년 홍삼 복용의 결과

by 김정훈

하루의 일상.

아침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물 내리기! 나중에 급할 때 손으로 다시 만지기 싫어서 위의 뚜껑만 열어놓고 손 씻기! 손을 너무 씻어서 손가락에 습진이 생긴다.


그다음 체중계! 정확하지도 않은 체중계가 200g 단위로 나온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올라간다. 그런데 아까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숫자가 나온다.


다시 올라간다. 그런데 또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숫자가 나온다. 다시 숨을 고르고 올라간다. 맨 처음 숫자....


이게 더해봤자 좋을 것 없다고 타협하고 내려온다. 몸무게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오르고 내리는 것을 반복하는지. ㅜ ㅜ 차라리 숫자가 못 박힌 종이 저울에 올라가지. ㅜ ㅜ


이제 물로 입을 헹군다. 바로 마시면 입에 세균이 있다고 해서...

어제 미리 따놓은 양배추, 방울토마토, 사과를 물에 집어넣는다. 흐르는 물보다는 담가놔야 한다고 해서.


그리고 정수기를 두 번 누르면 텀블러 300mL. 100mL 정도 마시다 다시마 작은 숟가락으로 살짝 털어 넣고 나머지 200mL를 마신다. 아침 공복에 물부터 먹으라고 해서, 그리고 다시마 가루는 변의 부피를 키운다고 해서... 그런데 물도 충분히 마시라고 해서...


그리고 예전에는 아침 사과가 금이라 해서 사과부터 먹었는데, 제미나이가 사과부터 먹으면 혈당을 올린다고 해서 양배추부터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타협으로 양배추의 반을 먹는다. 그리고 사과를 껍질째 먹으라고 해서 잘라 먹는다.


과거에는 그냥 자르지 않고 먹었는데, 어느 날부터 입을 크게 벌리면 뚝뚝 소리가 나서 그 공포감 때문에 무조건 잘라 먹는다.


사과를 먹으며 해외 주식 시황을 본다. 해외 주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국내 주식의 기대감을 위해서.


그리고 브라질너트 3알, 중국산 땅콩을 껍질을 벗기지 않고 몇 알 집어 먹는다. 브라질너트는 면역력 강화, 항산화를 위해서. 그런데 3알 이상 먹으면 독이 된다고 해서...


땅콩은 혈관 개선과 콜레스테롤이 조절된다고 해서, 껍질이 더 좋다고 해서...


그리고 작은 접시에 남은 양배추를 깔고 비타민과 무기질을 위한 방울토마토 6알,


심장에 좋은 아몬드 10알, 변비 완화와 모발 건강을 위해 캐슈너트, 치매 예방을 위한 호두 3알 정도를 올려놓는다.


그 위에 그릭 요거트를 세 스푼 반, 거기에 종근당 노란색 유산균을 한 포 타서 떠먹는다.


그런데 요즘은 요거트를 떠먹을 때도 옷에 떨어지는 칠칠함. 브라질리안 너트는 너무 커서, 땅콩은 껍질때문에 미리 따로 먹은 치밀함.

(영어 뒤에 4자를 확인해보세요. 삶기 전의 계란 모습입니다. 제일 싼 계란.)


그리고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삶은 계란 한 알을 까먹는다. 계란은 자연 방목 숫자가 1이 아닌, 닭이 목만 내놓고 알을 배출한 숫자 4의 제일 저렴한 계란 한 판을 사서 미리 삶아 놓은 것이다.


900mL 두유 팩을 텀블러에 정성스럽게 붓는다. 900mL 두유 팩이 180mL 두유 팩 5개보다 가격이 싸서 사용하는 것이다.


두유 팩에 선식이 아닌 생식을 타 먹는다. 선식은 불로 볶은 것이고 생식은 동결 건조라서 영양소 파괴가 없어서 생식 중에 제일 싼 걸로 골라 먹는다.


좋다는 거 다 주워 듣고 실천하고, 가격은 항상 불신해서 그중에 제일 싼 것으로... 그리고 가격이 10,000원에서 23,000원으로 오른 브라질너트는 요즘 과감하게 생략하는 결단력도 보이면서...(나의 루틴 중에 견과류는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자주 바뀐다.)


두유 팩에 싼 생식을 텀블러에 넣고 마구 흔든다. 흔드는 이유는 생식이 잘 섞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 물의 진동이 내 장에 울림으로 변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흔든다.


여기서 끝내면 좋은데... 생식 설명서에 작은 부분이 있다. '섭취 후 물 200mL를 더 드시오.'


또 빈 텀블러 통에 정수기 물을 정성스럽게 담고 마구 흔들어댄다. 그 파동이 내장에 전달되어 무사히 대장 활동이 원활하기를 기원하는 처절한 심정으로... 그리고 정말 맛없는 생수 설거지물을 입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먹는게 즐겁냐고? 즐거울리가 그냥 먹어야되는 걸로 아니까 먹을 뿐!


이제 결전을 하기 위해 혼자 도는 TV인지 유튜브인지를 다 끄고 변기 뚜껑이 열린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긴장과 그 결과에 오늘 하루의 생활이 걸려 있다는 생각에 비장함으로 나는 양치를 한다. 나머지 과정은 전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02화 02. 나는 여행의 결격자이다.(상) <=제목을 클릭하면 전편으로 넘어갑니다.

과거의 아침 루틴.

이 기나긴 루틴도 줄인 것이다.


그 전에는 이 과정 중에 홍삼 진액도 한 숟가락, 크릴오일, 쏘팔메토, 고려은단 비타민 C도 항상 먹었고 바나나도 가끔 먹는 기적이 있었다.


바나나를 먹고 햇빛을 쬐면 불면증에 좋다고 해서... 세월이 지나다 보니 나의 루틴에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지금도 내 딴에는 빈틈이 없는데 어떻게 과거에는 그게 들어갔는지 불가사의다.


건강검진

그리고 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그 당시 서울에서 서울은 비만 안 오면 몇 년 동안 대중교통조차 이용한 적이 없었다. 따릉이 아니면 도보로 움직였다.


음식도 완벽하고, 하루에 2만 보 이상을 걷고... 영하의 날씨, 폭염의 날씨에서 출퇴근도 따릉이로 왕복 3시간을 이동했으니 건강에는 이상이 없겠지 하면서도 나는 긴장이 됐다. 결론은 지방간과 고지혈증이었다. 충격이다.


의사가 영양 보조제를 먹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약국에 갔다. 약사가 하는 말이 약으로만은 안 된다고 한다.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재검진을 앞두고 한 달간 학교 급식을 제외한 아침저녁은 양배추를 뜯어 먹고 오이를 씹어 먹으며 사람이 되고 싶은 곰의 심정으로 버텼다.


드디어 건강검진 날, 지방간과 고지혈증 수치가 정상이라고 했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칭찬을 듣기 위해서 한 달 동안 풀 뜯어 먹은 이야기를 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 "채식 때문이 아니라 영양제를 한 달간 안 먹어서 그래요." 나한테 칭찬 한마디도 안 했다. 이 글보다 더 지루한 나의 일상이 부정당했다.


7년의 홍삼 노력은 고지혈의 원흉이고, 쏘팔메토는 병원에서 처방전 약으로, 크릴오일은 물고기한테나 주라는 것 같은 말로...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무언가 더 덜어내야 한다는...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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