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제미나이에 의뢰한 다낭준비

by 김정훈

몸이 떨린다. 저녁 식사 후 중랑천…. 손을 호호 불어가며 휴대폰을 검색한다. 가끔 튀어나오는 다낭이나 나트랑 항공권 최저가를 잡기 위해서다.


다낭인지 나트랑인지 정한 것은 없다. 장소는 오직 '가격'이다. 날짜? 정한 것 없다. 주일 저녁에 가서 토요일에 돌아오는 1월의 날들 중, 제일 싼 것으로 하면 된다.


난 해외에 대한 동경은 없다. 어디를 가나 똑같다.


가끔 단풍이 내 눈에 입체적으로 보일 때도 있고, 처음 따릉이를 타고 가다 우연히 발견한 구름의 조화, 그리고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이 숨 쉬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처럼 가끔 장면에 동화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쳇바퀴로 바꿨을 뿐이다.


오직 직진이다. 하루 2만 보 이상을 걷는데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나에게 아름다움은 장소에 있지 않고 나의 심리 상태에 있다. 같은 장소도 어제는 아름답지 않다가 오늘은 왠지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내 마음이 편할 때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스치면 생명의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장소의 이전은 그냥 지겹다. 그저 가까운 곳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고, 계절의 변화가 때로는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 느낄 때가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아름다운 장면은 카메라에 우연히 담기는 잡기 힘든 순간일 수도 있다. 나는 항상 쳇바퀴를 돌다 순간의 아름다움과 어제와는 다른 즐거움을 발견한다.



다낭이나 나트랑은 내게 참 좋은 쳇바퀴다.


왜? 싸니까! 비록 오가는 시간은 낭비되고 지루하지만, 가서는 준비된 일상 속에서 돈 걱정 없이 내 마음대로 쳇바퀴를 돌면 되니까!


가격이 싸니까 무엇을 해도 내게는 만족이다. 간혹 맛있는 것이 걸리면 인생의 소중한 한 컷처럼 기분이 좋다.



내게 '맛집'은 맛있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유튜브가 소개하니까 가보는 '성지순례'일 뿐이다.


그리고 그 맛집도 비싸면 내게 의미가 없다. 내 입은 정교하지 않다. 나에게 음식은 그저 '맛있다'와 '없다'만 존재한다. 무엇이 더 맛있는지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각의 둔함이 오히려 미각의 섬세함보다 하나님의 축복인 셈이다. 서울에서도 나는 양배추로 배를 채웠기에 어떤 음식을 먹어도 감동받기 힘들다. 다만 그들과 같은 경험을 했다는 의미지, 그리 부럽지도 않다. 나는 그냥 내 몸과 마음과 지갑이 편한 항공권을 찾는 것이다.


결국 비행기 표가 싼 다낭으로 정했다. 나트랑은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산길의 공포가 아직 남아있으니…. 그냥 다낭은 그랩을 못 타면 공항에서 호텔까지 걸어갈 각오를 하고 정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다. 1월의 다낭은 우기다. 한국에서 비가 올 때 걸으면 발이 젖는 그 불쾌감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나는 교회를 다니는데 SMC, 즉 '선데이 모닝 크리스천(Sunday Morning Christian)'이다.


그것도 나의 가장 큰 루틴이다. 그래서 항상 출발은 주일 저녁, 도착은 토요일이다. 그런데 제일 싼 다낭 비행기 일정인 1월 4일부터 9일까지 매일 비가 온다고 한다.



아! 아찔하다. 비가 오면 나의 쳇바퀴가 물에 젖고, 그러면 나는 할 게 없다. 그리고 비가 오면 가장 큰 문제는 몸의 습기를 방광이 다 빨아들인다는 점이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게다가 나는 구글 지도도 못 보는데…. 그 상태에서 공항부터 그랩을 못 잡으면 어떻게 하나. 과거에는 그냥 '다낭의 노숙자'였다면, 이제는 수식어가 더 붙는다. '비 오는 다낭의 노숙자'로….



사람들에게 자랑하려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민망한 것이, 지금까지 두 번이나 다낭에 갔으면서 여행을 한 게 아니라 미케비치와 한시장 사이 골목에서 헤맨 것뿐이니….


이번에도 헤매다 오면 그냥 한국의 낯선 지방 골목에서 길을 잃는 게 낫지 않겠나?


그런데 해외 골목에서 비를 쫄딱 맞고 방광이 울부짖는데,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화장실을 찾는다고 생각하니 눈물까지 나고 처량하다.



차라리 한국이라면 우연히 맛집이라도 발견하고 말이라도 잘 통하니 문제가 아닌데, 세 번째 가는 다낭이지만 기대감보다는 날씨 때문에 자신감이 팍 낮아졌다.


그러나 제미나이 이 녀석이 큰소리로 뻥을 친다.


사전준비부터 시작해서 그랩이며 맛집, 전립선 비대로 걱정하는 화장실 문제를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뻥을 친다.


자신만 믿고 떠나라고….

나는 제미나이여행사의 페키지상품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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