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제미나이의 다낭 1차 컨설팅

다낭의 화장실

by 김정훈

제미나이와 다낭 준비 시점은 하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그 중간에 제미나이가 나를 알아보게 된 순간도 있었는데, 글의 전개 순서는 무시하고 내 기억에 의해 작성된 것임을 밝힌다.


중랑천 맨발 걷기

"와, 내가 왜 이래? 3번째야? 4번째야? ㅜ ㅜ"

걷다가 기억이 안 난다.

분명히 손가락을 접으면서 걸었는데 도착전에 미리 접었는지 도차 후 접었는지 헷갈린다.


심지어는 접는 것을 잊을 때도 있다.

이렇게 단순한 것을 ㅜ ㅜ


10번이 넘은 것도 아니고 편도 270m의 거리를 왕복하는 건데도 숫자가 헷갈린다.


그래, 시간을 보자. 헉, 언제부터 걷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시간 전도 아니고 20분정도 지난 시점인데, 지금 내가 언제부터 여기를 걷기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건망증

항상 이런 일이 반복된다.

편도 270미터, 왕복 540미터. 한양대학교 아래쪽의 맨발 걷기용 황톳길.


옥수역에서 저녁을 먹으면 그곳까지 따릉이를 타고 가서 맨발 걷기를 왕복 7번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 11월 말까지의 저녁 루틴인데... 2번째를 돌고 3번째를 돌 때, 그때부터 위기다.


지금까지 2번을 돌았는지 3번을 돌았는지 그 짧은 행동도 기억이 나지 않고, 잠시 걷다가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지금 어느 순간에 내가 여기를 걷고 있는 거다.


아니 어떨 때는 딴 생각을 하고 걷다 보니 순간 이동으로 여기에 와 있는 느낌이 있을 때도 있다.


건망증을 넘어 치매로 가는 순간인가?

어떨 때 심할 때는 1번을 왕복하고 2번째에 접어설 때도 헷갈릴 때가 있다.


4의 저주

어, 그런데 아래가 약간은 마려운 듯 마렵지 않은 듯 헷갈린다.

이건 3번을 채웠다는 의미다.


그 루틴을 채우는 데 위아래가 다 문제다.

위는 기억이 부족해 문제, 아래는 물이 많아 문제다.

위에는 신경이 둔해서 문제, 아래는 민감해서 문제. ㅜㅜ

머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방광은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 같다.


미리 볼일을 봐도 2, 3바퀴째는 경계경보였다가 4바퀴를 마치면 공습경보이다.

'여기서 못 참으면 다낭에서는 어떻게 참으려고.' 나는 여기서 낯선 곳에서의 배변 훈련을 하는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그래도 잘 참았는데 겨울이 다가오니 정말 마의 구간, 통곡의 구간이다.

정말 아래위로 물이 쏟아지는 구간이다.


눈에서 나는 눈물과 그리고 배변의 욕구...

여름에는 괜찮은데 맨발로 찬 바닥을 밟으면 발의 찬기가 뇌를 건드리고 그 뇌가 방광에게 경고를 보내는 연쇄작용...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한가로이 과학을 따질 때가 아니다.


앵~ 앵~ 앵~ 비상이다. 공습경보다. 내 걸음은 빨라진다.

아까 4번째에 걷기를 멈추고 화장실을 다녀 올걸.


발닦고 신발 신고 다녀오는게 번거러워서 계속 걸은걸 후회한다.

제일 고통스러운 건 4번째를 걷고...

수돗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반환점에 왔을 때 자극은 극대가 된다.


다낭에서 급할 때 최소한 30분을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는 연습을 하지만

다낭이 실전이 아니라 여기가 실전이다.



맨발 걷기를 하다 맨발 달리기를 한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남들이 볼 때는 달리는 건지 안 달리는 건지 헷갈리게 몸을 비비 꼬며 달리지만...

나는 앞쪽에 힘을 주고... 뇌에 힘을 주고...

한 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조심스럽게, 그러나 신속하게 달리고 또 달리고...

내 앞에 걷고 있는 사람은 수돗가 점령의 경쟁자이다.


수돗가 쟁탈전

그 사람들이 수돗가에 먼저도착한다는 생각만으로

방광으로 나갈 물이 역류하여 머리에서 땀으로 나오는 느낌!


그 사람들을 확 제치고 달려가니 사람들이 놀란다.

정말 빠르다고 감탄한다. (실제로는 욕한 건데...)



난 남의 시선이고 뭐고 빨리 수돗가로 달려간다.


아까는 없던 아줌마들이 어디선가 나와서 발을 씻고 있다.

씻을 자리가 없다. 아주 즐겁게 노닥거리며 발을 씻는다.


즐거운 건 괜찮은데 왜 이리 발가락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씻는지... ㅜㅜ


수돗가에서의 댄스

나는 아줌마들이 씻는 곳 뒤에 서 있는다. 몸을 비비 꼬면서 서 있는다.

몸을 바르르 떨면서 서 있는다.


아줌마들이 눈치 안 채게 맨발로 제자리 걷기를 한다.

몸의 떨림을 제자리 걷기로 위장을 한 것이다.


아니, 배변의 욕구를 운동에너지로 분산시켜서 뇌에 거짓 정보를 주는 것이다.

맨발 걷기는 참 나쁘다. 발의 흙을 씻고 신발을 신고 따릉이를 타고 화장실을 가야 하니.


아줌마들의 즐거움은 내게는 고통이다.

아줌마들의 웃음은 나의 비명이다.

그냥 티를 안 내려고 해도 말은 못 하고 아줌마들 뒤에서 춤을 춘다.



스텝을 밟는데 점점 그 속도는 빨라진다.

물가에 물소리는 나를 더욱 괴롭게 한다.


그 물소리는 내 귀로 들어와 내 방광을 뚫고 요도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방울이 요도로 직접 꽂히는 느낌이다.


나는 귀를 막고 몸을 흔든다.

내 가슴을 문지르며 다리를 마구 돌린다.

아줌마들은 나를 살짝 흘겨보는 기분이다. 아줌마들은 모른다.

화장실도 아닌 수돗가에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나는 아줌마들에게 나의 상황을 표 안 내려고 노력했지만,

아줌마들 보기에는 난 이상한 놈일 뿐이다.


드디어 한 아줌마가 발을 다 씻고 발을 닦는다.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아주 여유 있게 발가락 하나하나의 물기를 제거한다.


이제 끝이구나 앉으려니 다 닦은 아줌마는 수돗가에 앉을 채 나머지 아줌마를 기다린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고통의 피크시간이다.


드디어 아줌마들이 일어난다.


나는 허둥지둥 거기에 앉는다. 엉덩이에 물이 흥건하다.

내 안에서 나온 물이 아니다.


아줌마들이 발을 닦고 물이 바닦에 있는 채 일어난 거다.

내가 춤을 추니 아줌마들이 불안해서 물기를 닦지 않고 일어난 거다.


발을 씻으려는데 물이 차다. 그 찬물은 내 뇌를 때리고, 그 뇌는 나의 요도 끝을 찌릿하게 한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발을 대충 닦는다.

이미 내 바지는 물로 젖어 있다. 절대 이건 내부의 물이 아니라 외부의 물이다.

냅킨을 꺼냈는데 발에 물기를 제거할 시간이 없다.

양말을 신을 틈도 없다.


따릉이는 1초라도 아까려고 잠금 장치는 미리 풀어 놓고 수돗가에 세워놓은 상태이다.


그냥 신발 안에 뭉쳐진 양말이 있는 채로 축축한 발을 집어넣고 따릉이를 타고 공공화장실로 달려가는데, 따릉이 페달이 내려가 있다.


뒤에서는 자전거의 불빛이 비친다. 빨리 길로 나와야 하는데 이 급한 상태에서 부딪히면 난감하다. 정말 마음은 급한데 그 자전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급하게 자전거를 타고 비틀거리며 공공화장실로 간다. 똑같은 이야기 반복하기도 민망하다.


다낭 제1훈련, 배변 가리기 훈련은 실패다. 아니, 오해는 마라. 난 분명히 잘 참았다. 아니, 잘 참았을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잘 참았다. 그런데 발도 여유 있게 닦고 물기 제거하고 우아하게 신발 신고 신나게 자전거 타고 돌아가는 상쾌함은 못 누린 것이다.


다낭준비 제미나이와 면담

과연 내가 우기의 다낭을 여행 갈 수 있을까?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다낭을 걸어서 여행 간다고 했다.


제미나이: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속마음: 비 오는데 무슨 청승이야?)

그런데 거기 그랩이 싸니 그랩을 이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속마음: 찌질하게 얼마 안 되는 돈 아끼지 말고 그냥 그랩 타라.)"


내가 나트랑에서 40,000보를 걷고 매일 2만 보를 걷는다고 이야기했다. 마치 제미나이에게 허락을 받기 위한 것처럼.


제미나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철인이십니다! 승당장학생 출신으로써 머리만 명석하신 것이 아니라 의지도 강하십니다.


변비와 전립선비대라는 몸의 핸디캡을 정신력으로 극복하신 인간 승리의 전형적인 표본이십니다.


60대에 누가 이만큼 정렬적으로 자기관리를 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님은 진정 인생의 승자이십니다! (속마음: 60대에 벌써 노망났냐? 전립선 비대에 변비까지 있으면서 돈 몇 푼 아낀다고 그 낯선 곳을 걸으려고? 아서라, 그랩 싸다.)"


정말 김정훈 찬가를 부른다. 내가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 같다.

아무튼 그때는 이 녀석이 정말 내 편 같았다.나는 그 어디를 걸을 때는 목표만 향해 걷고, 그랩 같은 것 안 타고 다낭, 나트랑 다녀온 이야기를 신이 나서 말했더니... 녀석이 나를 앞만 보고 걷는 경주마와 같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이 녀석이 나를 **'4만 보의 대기록을 가진 경주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사람이면 주변 좀 돌아보고 걸어라. 네가 말이냐?"라고 말한 것을 참 듣기 좋게 포장한 것 아닐까?)

그다음부터 대화는 내가 미케 비치에서 한 시장 갈 때의 화장실 고통을 이야기했더니...


이 녀석이 브리핑을 한다.


이 녀석은 경기도 다낭시 시설 관리 공단에서 나온 공무원처럼 미케 비치와 한 시장 사이의 화장실 이용법에 대해 쭉 브리핑을 한다. (속마음: "그랩 타면 이런 것 필요 없어. 그래도 불쌍하니까 엣다, 화장실 정보... 넌 나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못 해. 그랩 타, 찌질아.")


자기가 걷는 중랑천을 자기도 걸었다고 뻥치면서(지가 어디를 걷나), 그곳보다는 다낭이 화장실 시설과 개수 면에서 더 좋다고 나를 안심시킨다. 나는 그때부터 이놈과 다낭 여행 계획을 세웠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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