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Neuroticism)이라는 성격 특성에 대하여
대학원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교수님께 내 정서적 고민을 상담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신경성'에 대해 한번 알아볼래요?"
그전까지는 내 감정 경험들을 설명할 적확한 언어가 없었다.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감정이 갑자기 팍 튀는 것이나, 대체로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 상태가 지속되는 나날들. 가장 불편했던 건 대인관계 맥락에서 겪는 반복되는 자기검열. 겉으로는 쿨한 척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대화를 반복해서 곱씹는 습관들. '그 말은 하지 말걸', '내가 왜 그렇게 반응했지',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봤을까'. 이런 후회들을 반복하는 것. 나는 그 패턴에 진저리가 나 있었다. 사실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내가 나에 대해서 곱씹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심리학 중에서도 행복을 연구하는 이유는 내가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행복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교수님이 소개해 주신 덕분에 '신경성(neuroticism)'이라는 개념을 마주했다. 논문들을 찾아 읽을수록 나를 잘 설명하는 성격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첫눈에 neuroticism이라는 단어는 낯설다. 찾아보니 그 어원은 그리스어 'neuron(신경)'에서 왔고, 역사적으로는 '신경증(neurosis)'이라는 임상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신경증은 과거에 불안, 강박, 히스테리 같은 상태를 뭉뚱그려 부르던 표현이었다. 그런데 현대 성격 심리학에서 신경성은 이 임상적 의미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에게서 발견되는 감정 반응성 차이를 설명하는 성격 특성으로 재정의됐다.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정의하는 병리적 의미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을 설명하는 성격의 한 차원이 된 것이다. 한국어로는 '신경성'이 직관적이지 않아서인지, 때때로 '정서적 불안정성(emotional instability)'이라고도 불린다.
먼저, 자신이 신경성이 높은 편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이 검사를 준비했다.
신경성 간이 검사 (6문항)
지난 한 달을 떠올리며, 각 문항에 1~5점으로 답해 보세요.
1 = 전혀 그렇지 않다 / 3 = 보통이다 / 5 = 매우 그렇다
1. 별일 아닌 것 같은데도 불안하거나 걱정이 많다.
2.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민다.
3. 기분이 가라앉거나 무기력한 느낌이 자주 든다.
4.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
5.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나중에 후회할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6.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쉽게 무너지거나 감당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점수 합산 후 해석
6~14점: 신경성 낮은 편. 감정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15~22점: 중간. 상황에 따라 예민해지는 편입니다.
23~30점: 신경성 높은 편. 감정 반응이 강하고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검사는 공식 심리검사가 아닌 자기 이해를 위한 참고용입니다. 점수보다 어떤 문항에서 높게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각 문항은 순서대로 신경성의 하위 요소인 불안, 분노/적개심, 우울, 자의식, 충동성, 취약성을 반영합니다.)
신경성은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 모델인 빅파이브(Big Five) 중 하나다. 빅파이브는 인간의 성격을 다섯 가지 차원으로 분류한다.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그리고 신경성(neuroticism). 이 중 신경성은 부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래 경험하는가를 측정하는 차원이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불안, 분노, 수치심, 죄책감, 우울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더 자주 경험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더 강하게 반응하고, 그 감정이 더 오래 지속된다. 자극에 대한 역치가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뇌의 편도체(amygdala)가 부정적 자극에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위협 신호를 처리하는 부위다.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신경성이 높은 사람의 뇌는 그것을 더 크고 더 위협적인 신호로 처리한다. 이것이 더 강한 감정 반응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일상에서 신경성이 높은 상태를 대부분 "예민하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한 단어 안에 사실 굉장히 다양한 경험들이 섞여 있다.
나의 사례처럼, 사소한 일에도 불안이 올라오는 것. 기분이 자주 바뀌는 것. 타인의 말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걸리는 것. 실수를 오래 곱씹는 것. 갑작스러운 변화에 쉽게 동요하는 것. 비판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이 경험들은 모두 "예민하다"는 말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조금씩 다른 경험이다.
신경성 연구자들은 이것을 여러 하위 요소로 나눈다. 불안(anxiety), 분노·적개심(anger/hostility), 우울(depression), 자의식(self-consciousness), 충동성(impulsiveness), 취약성(vulnerability). 신경성이 높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다 높은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불안이 특히 강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비판이 심하고, 어떤 사람은 대인관계 맥락에서만 특히 민감하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우울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보다는 대인관계에서의 자의식과 반추가 강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야"라는 말은 세밀한 감정 경험들을 포착해내지 못한다. 어떤 종류의 예민함인지가 중요하다.
신경성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나는 신경성이 높은 사람이다, 낮은 사람이다"로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빅파이브의 모든 특성이 그렇듯, 신경성도 연속적인 스펙트럼이다. 높고 낮음의 이분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차원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신경성이 낮다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 감정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경성이 낮은 사람은 부정적 감정에 덜 반응한다는 의미에서 감정적으로 더 안정적이지만, 그것이 곧 행복하거나 긍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참고로 긍정적 감정은 신경성과 별개로, 외향성이라는 다른 차원과 더 관련이 있다. 나만 하더라도 불안함과 같은 부정 감정도 빈번하게 느끼지만 신나고 설레는 긍정 감정도 그만큼 빈번하게 느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성이 높다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감정 반응의 초기 세팅값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그 세팅값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살아내는지에 따라 신경성을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일상에서 느끼는 신경성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일 수도 있다. 그 이야기를 바로 다음 화에서 해보고자 한다.
Costa, P. T., & McCrae, R. R. (1992). *Revised NEO Personality Inventory (NEO-PI-R) and NEO Five-Factor Inventory (NEO-FFI) professional manual*. Psychological Assessment Resources.
Lahey, B. B. (2009). Public health significance of neuroticism. *American Psychologist, 64*(4), 241–256.
Servaas, M. N., van der Velde, J., Costafreda, S. G., Horton, P., Ormel, J., Riese, H., & Aleman, A. (2013). Neuroticism and the brain: A quantitative meta-analysis of neuroimaging studies investigating emotion processing.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37*(8), 1518–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