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2)

예민함을 활용하는 심리학 팁

by 사심가득

내가 신경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그래서 이제 어떡한담. 타고난 거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막막한 질문 앞에서 심리학의 논문부터 찾아봤다. 다행히 성격이 바뀔 수 없다는 통념과 다르게 최신 심리학 논문들은 성격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런 논문들을 종합한 메타연구에 따르면 BIG FIVE 모델 중 신경성이 가장 바꾸기 쉬운 성격 특성이다. 이에 신경성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개입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마음챙김(mindfulness)과 운동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먼저,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기에 간단히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것을 (그것이 생각이든, 감정이든, 몸의 감각이든)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지금 불안하다"는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없애려 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아, 지금 불안이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감정을 바라보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 할 때는 낯설어서 "어, 나 무슨 생각해야 하지?" 쩔쩔매고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면 그냥 "아,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할지 몰라서 마음이 방황 중이구나"하고 알아차리면 된다. 그러다 보면 점차 내가 느끼는 감정에도 가까워질 것이다.


마음챙김과 운동이 신경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많으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적용해 봤다. 연구나 회사 일을 하다가 답답하거나 욱하는 날이면 그날 헬스장에 가서 한 시간 동안 근육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운동을 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몸에 집중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것. 운동과 마음챙김을 동시에 실천하는 셈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예전만큼 감정이 팍 튀지 않았고, 자기검열도 줄었다. 물론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그래도 분명히 달라졌다.




신경성은 타고나는가

신경성이 어디서 오는지를 이해하면, 왜 달라질 수 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연구들은 신경성의 유전성이 약 40~60% 정도라고 추정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태어난 것의 절반 정도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쌍둥이 연구들을 보면, 일란성 쌍둥이(유전자가 동일한)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신경성 수준이 훨씬 더 비슷하다. 이것이 유전적 영향의 증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있다. 40~60%가 유전이라는 말은, 나머지 40~60%는 유전이 아니라는 뜻이다. 성장 환경, 살아온 경험, 습관, 관계, 그리고 의도적인 훈련. 이것들이 나머지 절반을 만든다. 타고난 세팅값이 있지만, 그 위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실제 경험은 달라진다.


더 희망적인 것은, 신경성이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인 실천은 그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




마음챙김이 신경성을 바꾸는 방식

2019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의 연구팀(Hanley et al.)은 의대생과 심리학과 학생 28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7주간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받았고, 다른 그룹은 아무 개입 없이 지냈다. 그리고 6년 후 다시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마음챙김 훈련을 받은 그룹은 6년이 지난 후에도 신경성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아져 있었고, 심리적 고통도 함께 감소해 있었다. 단 7주간의 훈련이 6년 뒤까지 효과를 유지한 것이다. 마음챙김이 신경성 자체를 낮추는 이유는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 자동으로 휩쓸리지 않고 관찰하는 습관이 쌓이기 때문이다. 감정에 대한 반응성을 조금씩 낮추는 것이다.


내가 헬스장에서 경험한 것도 같은 원리였다. 운동을 하는 동안 근육의 움직임, 호흡,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 머릿속의 반추가 끼어들 틈이 없다.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마음챙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운동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예민함이 장점이 될 때

신경성이 높다는 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강점들을 발견했다.


먼저 공감 능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부정적 감정을 깊이, 자주 경험해온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같은 감정을 알기 때문이다. 친구가 힘들다고 했을 때 "그냥 힘내"가 아니라, 그 힘듦이 어떤 느낌인지 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 자리에서 조용해졌을 때 남들보다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다. 이것이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이 가진 감각이다. 상담사, 교사, 의료인 등 감정적 세심함이 요구되는 역할에서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이 강한 경향이 있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로 창의성이 높다. 감정을 강하게 경험하고,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만큼 표현할 것도 많다. 연구들은 신경성과 창의적 사고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언어화하는 작업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글쓰기나 작사, 더 나아가 심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까지.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일상의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이 왜 그랬는지 계속 들여다보는 습관이 깊이 있는 표현을 만든다.


셋째로 위험 감지 능력이 높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잠재적인 문제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더 촘촘하게 감지하는 경향이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냐고 먼저 짚어내는 사람이고, 계획에서 놓친 부분을 먼저 보는 사람이다. 불안이 높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주의력이 세밀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심 신경성이란 핸디캡을 갖고 태어난 것이 억울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신경성의 강점들, 예컨대 사람들의 암묵적인 니즈를 잘 파악하고, 글을 쓸 때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연구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먼저 보는 것들이 신경성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다.




세팅값이 다를 뿐이지 핸디캡이 아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신경성은 결함이 아니다. 감정 반응의 초기 세팅값이 다른 것이고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더 강하게 반응하고, 더 오래 느끼고,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짐이 되지만, 때로는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섬세한 작업을 하고, 더 꼼꼼하게 준비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신경성을 없애려 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그것이 나를 도와주는지, 어떤 상황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힘들 때 회복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신경성 자체가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일도 적어지고, 영향을 주더라도 금방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그것이 운동이었고, 당신도 당신만의 특별한 루틴을 만들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Hanley, A. W., de Vibe, M., Solhaug, I., Gonzalez-Pons, K., & Garland, E. L. (2019). Mindfulness training reduces neuroticism over a 6-year longitudinal randomized control trial in Norwegian medical and psychology students.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82, 103859.

Lahey, B. B. (2009). Public health significance of neuroticism. American Psychologist, 64(4), 24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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