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정신과 스포츠 정신,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업그레이드
한때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들에게 늘 따라붙는 말 중에 '헝그리 정신'이 있었습니다. 그 헝그리 정신은 우승의 원동력이라고도 했고, 성적이 부진하면 그게 부족해서라고도 했습니다.
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임춘애 선수는 여자 육상 800m와 1, 5000m, 3,000m에서 모두 금메달로 3관왕에 오르며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이후 88 올림픽의 최종 성화주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86 아시안게임 3관왕 임춘애 선수
그녀가 매체와의 인터뷰 중에 했다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라는 헝그리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말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물론 그 말의 진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빛내주는 스포츠 스타들은 헝그리 정신을 빼더라도 과학적인 훈련과 자기 관리, 그리고 철저한 스포츠 정신으로 과거의 선배들을 뛰어넘는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훈련 시스템과 유소년부터 긴 안목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보입니다.
해외 생활을 경험한 선수들이 우승 후 현지어로 멋진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진출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외국어 구사 능력은 팀워크를 이뤄 감독의 전략적 지시를 따르거나,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중요하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국내에서 한 인터뷰에서 후배에게 남기는 조언을 "영어공부를 미리 해둬라"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며칠 전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애스턴 빌라 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이 우승하는데 가장 큰 활약을 했습니다.
애스턴 빌라 전 골 세리머니 (출처 : 토트넘 인스타그램)
이 경기에서 그가 넣은 2골을 채워 손흥민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넣은 골만 총 50골이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활약입니다!.
손흥민 선수는 동북고등학교 선수로 재학 중 대한 축구 협회가 진행했던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2008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했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기량을 이룬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헝그리 정신이 아닌 과학적인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한 손흥민 선수의 가치는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의 진일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제 전해진 소식은 손흥민 선수에게 '강한 정신력'을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로 지난 2골을 넣은 애스턴 빌라 전에서 경기 초반 팔 골절 부상을 얻어 수술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손흥민 선수는 사실상 골절 상태로 전후반 90여 분을 뛴 것으로 드러난 것이어서 현지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결승골을 포함 2골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3-2 대역전승을 이끈 손흥민 선수를 그들은 아마도 경이롭게 바라볼 것입니다.
그러고 지난 경기를 다시 보니 거의 경기 내내 오른팔이 다소 부자연스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높은 기량과 겸손한 매너, 그리고 항상 밝게 지어 보이는 미소에 팀 승리에 기여하는 프로선수로서의 강한 정신력...
오늘 아침은 손흥민 선수를 기분 좋게 떠올리며 하루를 열어봅니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