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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r 05. 2021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아이오닉5와 게임산업

게임산업에 던지는 시사점은?

어제 현대차가 전기자동차 모델인 아이오닉 5를 공개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전기자동차 신규 모델을 출시한 적은 많이 있었지만, 어제의 아이오닉 5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발표여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신규 모델 출시가 아니라, 현대가 만든 전기자동차의 플랫폼이 처음 세상에 그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그것입니다.
그동안 현대도 기존 출시되었던 내연기관 차를 개조해 전기차의 양산을 진행했었습니다.    이제 오랜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독자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면서,  테슬라가 세계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누려왔던 선점 효과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로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양한 모델의 전기자동차를 시장에 전개할 수 있고, 성능 개선을 위한 투자 효율성을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제조 과정의 복잡도가 현저히 줄게 되어 생산 라인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 수율을 높이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재무적으로도 여러 완성차 모델을 동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하게 되면서,  재투자 여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현대차 측에서는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약 23종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플랫폼의 확보는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전에 없는 높은 경쟁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콘솔 게임기 업체는 일본의 소니와 닌텐도,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시장을 3자 구도로 제패하고 있습니다. ​ 몇 해 전 우리나라의 한 전직 대통령이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 콘솔을 보고 “우리는 왜 이런 걸 못 만드냐?’고 가벼운 질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손에 든 건 단순히 잘 만든 전자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닌텐도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개발된 내용을 철저히 검수해서 자사가 지정한 생산 라인을 통해서만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  약 5~6년 주기로 동일한 개발 하드웨어 스펙을 보장해주는 콘솔 게임기를 직접 개발 유통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위에 언급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기업들이 수익을 올리도록 직접 관리하는 플랫폼 체계인 것입니다. 따라서 손에 잡히는 전자제품으로만 이해하면 단기에 모방작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저변을 이루는 플랫폼 체계는 오랜 기간을 통해 정교하게 수정되어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하게 되는 거대한 생태계를 이룬다고 보아야 정확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게임 산업도 다양한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해 우리나라 게임의 수출 규모는 무려 7조 7600억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게임 산업은 청년고용 창출과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의 수출 규모를 키워가며 국가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위기를 겪으면서 콘솔게임이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대외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환경변화 속에서, 콘솔 게임기를 통해 온라인과 가정 내에서 함께 여가를 즐기고 교류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보입니다. 과거 대체되는 대외 활동이 제한 없이 가능했을 때와 비교하면 콘솔게임이 위와 같은 이유로 가족 혹은 친구 간의 인간관계를 연결해주는 좋은 놀이문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플랫폼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PC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을 제외하고서라도, 산업 규모에 걸맞은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미비한 점 때문입니다 모바일 게임은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이미 전 세계적인 양강 구도를 굳혀놓은 상황이고, 게임 콘솔도 일본의 소니와 닌텐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의 3강 구도가 굳혀져 있습니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게임 엔진 분야도 미국의 유니티와 언리얼 등 외산 엔진이 시장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플랫폼을 보유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호흡의 투자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플랫폼은 단일 제품을 잘 만들어 파는 것보다, 유연하고 넓은 시야와 지속적인  투자 지원 등이 맞물려야 비로소 가능하게 됩니다. 바꿔 말하자면 단기 성과를 우선시해야 하는 일반 기업으로서는 선뜻 플랫폼 개발에 장기 투자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와 같이,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면서 해당 기업은 매우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최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서울 상공회의소에 부회장단에 합류하게 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오는 23일 열릴 서울상의 임시 의원총회에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부회장에 임명되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서울 상공회의소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대기업 경영자들이 주요 멤버로 부회장단을 구성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IT 기업 창업자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게임산업의 의상이 커지고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도 글로벌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독자적인 플랫폼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인 투자를 결정하고 지속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어간다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방향 설정은 단일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과 관련 산업에 연관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더해져야 지속 가능합니다.


우리가 만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이루고, 그를 통해 건전한 여가생활을 증진하는 순기능과 높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쫒게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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