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말고 5G는 어디에 좋은 거에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
지난달 25~28일 4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가 막을 내렸습니다.올해는 ‘인텔리전트 커넥티비티(Intelligent Connectivity)’라는 전시회 슬로건에 걸맞게 새로운 무선통신환경인 5G에 초점을 맞춘 전시물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5G의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 실시 전이라는 개최 시기의 특성상 시장에서의 검증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인 5G가 보급된 환경을 가정하여 좀 더 자유롭게 다양한 활용사례를 제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기존 MWC가 무선통신 사업자와 폰 제조업체, 그리고 관련 장비와 부품 업체가 주류를 이뤘었다면, 올해 전시회에서는 5G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자동차, 솔루션, 로봇, 전자상거래, 금융, 컨설팅, 방송 등으로 전시 참여 업체의 분야 확대가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이는 5G의 특징 중 하나인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통해, 5G 네트워크를 특정 용도에 맞는 논리적 전용 네트워크로 구분하여 서비스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5G의 저 지연, 대 용량 데이터 전송을 이용하여 기존 전기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에 AR 기능을 결합한 미래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선보였습니다.
예를들어 벤츠는 자사의 전기차 모델인 EQC400의 텔레매틱스 기능을 부각해서 상용차 모델을 전시 부스 내에 배치했고, BMW도 스마트한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의 콘셉트카를 메인으로 부스를 구성해서 참가했습니다.
일본은 5G 상용화 서비스의 개시 초반에 자국 내에서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적극 활용할 계획으로 보입니다. NTT 도코모는 5G 통신망을 활용한 경기 중계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고해상도 화질의 디지털 영상을 실시간으로 조합해서 다양한 각도의 화면 구성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여 볼 수 있는 방송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VR을 더해서 축구 경기장 중간에서 선수들의 생생한 경기 모습을 현장감 있게 볼 수 있는 중계방송 설정의 시연을 제공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장비 업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모바일 엣지 컴퓨팅 방식의 장비들이었습니다.
과거 중앙에 서버를 두는 방식에서 최근 클라우드 환경으로 변화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데이터의 처리를 발생 시점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서 바로 처리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엣지 컴퓨팅 방식은 앞으로 다가올 초 연결 서비스에서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통신 디바이스의 성능에 의해 서비스의 품질이 좌우되었다면, 이제는 내트워크 내에 분산된 컴퓨팅 파워가 탑재되어 저 사양의 단말에서도 고성능의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게임과 VR, AR에도 5G와의 결합으로 사용자의 디바이스에서 일일이 데이터를 처리할 필요 없이 서버를 통해 처리된 결과를 UHD 이상의 고화질 화면으로 스트리밍을 통해 즐길 수 있다는 설정의 데모들이 여러 곳 눈에 띄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네트워크 성능의 일시적인 저하가 유저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5G의 환경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고화질의 그래픽을 여러 유저들과 함께 매끄럽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게임 외에도 5G 기반의 VR, AR은 원격에서 외과 의사의 수술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의술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거나, 기존 VR과 AR이 융합하여 확장 현실(XR)이라는 방식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XR 기능은 재난구조를 위한 로봇에게 적용되거나, 멀리 있는 뮤지션들 간의 실시간 합주를 하는 콘셉트로 관람객들에게 제시되었습니다.
5G는 또한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예정입니다.
도심의 원활한 교통을 지원하는 제반 시스템과, 위험 상황을 사전 예측하여 방지하는 관제 시스템, 그리고 보안을 위한 안면인식 기술 등에 5G 기반의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번 MWC에서도 출입을 위해 매번 여권이나 ID Card의 확인 없이 카메라를 통한 안면인식만으로 출입이 가능했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단말기 제조 업체들은 5G 서비스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유발하고,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샤오미를 비롯, 노키아, 삼성,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부스에는 다양한 5G 폰의 상용 제품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5G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 전망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과거 LTE의 출범 시기와 비교해서 신규 5G 단말기로의 교체 수요가 그리 폭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반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디스플레이 사양의 큰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존하는 분위기입니다.
폴더블 타입과 스피커와 지문인식 내장, 핀홀 디스플레이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올해 선보인 새로운 방식의 단말기 사양들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가장 주목받은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화웨이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화웨이는 곳곳에 테마에 맞춰 다수의 전시 부스를 구성했고, 특히 초청 고객들만을 위한 폐쇄 공간을 통해 심도 깊은 서비스와 제품 소개를 이원화해서 하는 등 세세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국에게 제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일반 대중에게는 MWC에서 느껴지는 화웨이의 건재한 모습은 다소 충격적일 정도였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해서 작년 기준 매출이 100조 단위를 넘어선 거대 기업으로 놀랍게 변모한 화웨이는 통신 인프라에서 단말기와 솔루션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며 이번 MW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MWC를 주최한 세계 이동통신사업자 협의회(GSMA)는 화웨이에게 부대행사인 ‘MWC 글로모 어워즈(Global Mobile Awards)’를 통해 최고 스마트폰 부문을 포함해 총 6개 부분의 상을 시상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정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제 전 세계 통신 산업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없고, 새로운 환경 변화는 언제나 후발 업체들에게 강력한 사업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통신 환경인 5G는 자칫 정체될 수 있는 시장에 새로운 관심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MWC 전시회는 5G라는 이미 예정된 환경 변화 속에서, 개별 기업이 저마다의 제품과 서비스 영역을 통해 차별화 요소를 제시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지배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5G 상용화 이후 처음 열리게 될 내년 MWC 전시회에서는, 또 어떤 새로움이 공개되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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