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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Sep 01. 2021

영화 작은집과 중일전쟁 그리고 난징대학살

달라진 한일 양국의 위상을 돌아보며

일본 영화 ‘작은집’

영화의 배경은 현대와 1930년대를 교차하며 도쿄 중상위층의 가정에서 입주 하녀로 살았던 여인이 말년에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 관심을 끈 것은 1937년 난징 대학살이 일어났던 중일 전쟁 당시의 도쿄의 생활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강제로 침탈한 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경제적 반사이익까지 톡톡히 얻은 일본이 기세를 몰아 괴뢰 정권인 만주국을 통해 대륙 진출을 시도했던 당시.

중국이 국공 합작으로 전열을 가다듬자, 때를 맞춰 중일 전쟁을 벌이게 된 시기가 영화 속 도쿄의 배경입니다.


영화를 보면 전쟁 추이에 촉각을 세우던 도쿄 시민들이 난징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에 환호하며 백화점 세일을 기대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역사는 ‘난징 대학살’로 기록하며 당시 일본군에 의한 무고한 민간인들의 학살만 중국 발표 기준으로 약 30만 이상이라는 바로 그 난징입니다.


같은 시기 도쿄에는 승전 소식에 들떠하며 장난감 업체 임원들이 모여 앞으로 중국 시장을 통해 사업이 더 잘 될 거라며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전쟁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이렇듯 같은 시기 후방의 상황을 동시점으로 엿볼 수 있는 영화는 드문 듯합니다.  


당시 우리나라를 강제 침탈하고 아시아 전역과 중국 대륙을 일본이 모두 지배하겠다는 이른바 대동아 공영의 망상 아래 군국주의의 광기를 부리던 일본. 내부의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아무 비판 없이 가치판단이 국가에 귀속된 채 무비판적이고 획일화된 집단으로서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순국선열들이 계신가 하면, 일제 하에서 일신의 영달을 소심하게 도모했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친일을 하며 치부를 했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스펙트럼의 군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현대에 이르렀기에 그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음에 허탈할 일이 여전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아직도 뇌리에 일본에 대한 경외를 갖고 현실감 없는 의식 속에 한일관계를 경도된 생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한심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며칠 전에도 100세가 넘은 노학자가 그런 실망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시계는 수십년 째 같은 시각으로 멈춰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진일보했고, 우리나라는 이제 다방면에서 일본을 더 이상 마냥 뒤따라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자부합니다.

최소한 일제 강점기를 통해 심어 놓았을 교묘한 정신적인 열패감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우리 사회에 암약하고 있을 하등의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최근 여러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에 자존감을 높이게 되며, 미래에는 보다  발전적인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줄  다고 확신합니다.


#작은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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