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품은 늑대

여자가 너에게 경고를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여자의 경고대로 너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처음에 너는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믿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팔이나 다리에 난 털이 평소보다 덥수룩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였다. 이른 아침,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할 때였다. 너가 거울을 들여다 보았을 때 너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알아차릴 만큼 털이 비이상적으로 자라나 있 것이다.


일주일이 지날 때마다 너는 점차 네 본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온몸에서 회색 털이 수북하게 자라났고 입은 점점 앞으로 튀어나왔다. 두 발로 걷는 것이 점점 어색해지더니 일주일에는 팔과 다리의 길이가 같아져서 네발로 걷는 것이 더 편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너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애써 부정했다. 분명 가끔씩 아침에 꾸곤 하던 꿈처럼 꿈속에서 다시 잠에 들고 있는 것이라고, 이 잠에서 깨어나면 이런 일쯤은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려 했다. 그러나 허벅지 안쪽 살을 세게 꼬집고 머리를 여러 번 두드려보아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엄연히 네가 있는 공간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이 점점 늑대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송두리째 바뀐 것은 네 외형만이 아니었다. 너의 속도 겉만큼이나, 어쩌면 겉보다 더 뒤틀려져 가는 듯했다. 너는 알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뱃속에서 불이 붙은 장작들이 타오르는 듯 화끈거렸고 음식을 체할 때까지 밀어 넣은 듯이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동시에 이상한 감정도 일었다. 모든 것이 무겁고 우중충하게 느껴졌다. 마치 세상이 깊은 강물 속에 잠겨서 아무리 헤엄쳐보려고 해도 끝없이 더럽고 어둡기만 한 강물만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 깊은 우울 속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절망이 너를 매달아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뜨리고 있었다.


삼킨 지 몇 주나 지난달은 여전히 네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었다. 손가락을 입 안에 깊숙이 집어넣어 구토와 함께 뱉어내보려고도 해 보았지만 연신 헛구역질만 할 뿐 소용없는 일이었다. 더욱 놀랍게 바뀐 것은 너의 생리적 욕구와 욕망이었다. 늑대가 된 후로 너는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먹은 것이 없으니 변을 볼 일도 없었고 달을 빼낼 방법도 당연히 없었다. 그럼에도 너는 한 번도 피로나 굶주림을 느끼지 않았다. 너의 욕구와 욕망이 그러하듯이 이제는 달이 너에게 가져다 놓은 고통만이 네 속에서 요동쳤다. 그리고 그 고통의 물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멀리 퍼지면 퍼질수록 더 거세져만 갔다.


너는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 번도 마주해 본 적 없던 감각이고 감정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쯤이 되자 너는 온 집안의 벽과 집기에 이리저리 몸을 부딪혀도 보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통을 이겨내고 싶었다.

너는 집 밖을 나서서 사람들이 즐비한 주말의 상점가까지 내달렸다. 그러고는 요동치고 있는 고통에 몸을 맡긴 채 상점들을 헤집어놓았다. 진열된 옷들을 찢고 문을 부수고 쇼윈도를 꺠뜨려보아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순간 너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면 찾아오라던 여자의 말이 생각났다. 그러자 물결처럼 요동치던 네 고통이 밀물이나 썰물처럼 일제히 한 방향으로 쓸려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너에게 여자가 있는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너는 네 마음의 울림이 안내하는 대로 길을 내달렸다. 남해에 다다르고 대륙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 때까지 너는 쉬지 않고 질주했다. 네 앞에 놓인 바다가 너의 질주를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 마음의 울림은 여전히 너를 안내하고 있었다. 쉬지 말라는 듯이 바다가 파도치는 리듬에 맞추어 요동쳤다.


너는 곧장 바다를 헤엄쳤다. 헤엄칠수록 네 뒤로 대륙은 점점 멀어지고 네 앞으로는 저 멀리 수평선까지 바다가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너는 바다가 두렵지 않았고 지치지도 않았다. 그 여자를 만나 달을 꺼낼 방법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다고, 너의 결심은 점점 굳어져 갔다.

밤이 되고 저 멀리서 등대들과 여러 선박들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반짝거릴 때에도 너는 그것에 의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밤과 낮이 여러 번 바뀌고 바닷물이 점점 얼음장처럼 차가워질 때쯤 너의 앞에 거대한 빙하가 드러났다. 그러자 요동치던 고통이 조금 잔잔해지면서도 동시에 정면을 향하여 너의 머리를 깊게 찔렀다. 너는 앞을 향하여 걸었다. 눈보라가 치는 칠흑 같은 밤하늘 사이, 아무것도 없어야 할 설원에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한 얼음궁전이 세워져 있었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