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긍정한다.

특별함의 모순.

by 나린세스



연예인은 행복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며 살아왔다.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놓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당신이 내 상황이었다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잠시 상상하며 들어주길 바란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고, 그 이면에는 ‘특별한 삶’을 향한 강렬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별함과 평범함을 칼로 자르듯 나누기는 모호하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대학에 가고 취업을 준비하는 루트가 아닌 길을 택했다. 그래서 나의 10대와 20대 초반은 다소 유난했고, 때로는 유별나게 특별했다.


앞선 글에서 적었듯 나는 아이돌, 즉 연예인 활동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 앞에 서는 무대 위, 화려한 조명과 예쁜 의상. 그곳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 갈망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학교보다는 오디션 학원 생활에 전념했다. 여러 기획사를 전전하며 오디션을 보던 중, 마침내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함께 연습하던 친구들에게 나는 그때부터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나를 처음 보았던 학원 원장님의 눈빛과 내가 학원을 떠날 때의 표정이 확연히 달랐음을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렇게 나는 한 집단 안에서 첫 번째 특별함을 맛보았다.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아도 잦은 조퇴 탓에 친구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나는 그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저 아이돌의 꿈을 가진 친구에서 ‘연습생이 된 친구’로 신분이 바뀌자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 반면 선생님들에게 나는 학업에 대한 기대가 없는, 관심 밖의 학생이 되었다. 누군가의 뜨거운 관심과 누군가의 서늘한 무관심. 그것은 내가 겪은 또 다른 유별남의 시작이었다.


회사에 들어가니 나는 다시 수많은 연습생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죽어라 연습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다만 데뷔조가 되고 팀의 일원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어찌 되었건 나는 대중에게 보여줄 하나의 ‘상품’이 되어야 했고, 타인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코로나 시기에 데뷔한 탓에 팬들과 직접 대면할 기회는 적었지만, 방송국을 오가거나 팬 사인회를 할 때면 묘한 감정이 들었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인데, 오직 ‘나’라는 존재를 위해 이유 없이 사랑을 주고 찾아와 주는 팬들을 보며 내가 특별한 존재임을 실감했다. 고마웠고, 자주 감동받았다.


학창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는 일반적인 환경보다 훨씬 특별한 경험과 감정들을 누리며 살았다. 하지만 이 긴 이야기 속에서 내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단어가 있다. 바로 ‘행복했다’라는 말이다.


원하던 꿈을 이루었는데 왜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걸까. 단순히 인기가 엄청나지 않아서? 혹은 팀이 해체되어서? 그런 표면적인 이유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름지기 명쾌하게 한 단어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연예인 지인들이 공황장애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혹은 뉴스 기사를 통해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연예인의 소식을 접하며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도대체 연예인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걸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꿈을 이뤘고 남들보다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졌으며, 수많은 사랑을 받는데도 왜 내면은 이토록 무너져 내리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내가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와 수많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가설을 세웠다.“연예인은 모두 돈도 잘 벌고 행복할 것이다”라는 편견, 그리고 그 화려한 특별함 속에 숨겨진 모순들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던 특별함이, 어쩌면 우리를 행복에서 가장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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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의 모순에 대하여


'특별하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보통과 다르게 구별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삶이란, 평범함을 넘어선 어떠한 구별되는 삶만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연예인이 되어서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될 거야. 특별해져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팬을 얻고,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아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슈퍼스타가 될 거야." 신기하게도 나는 이런 거창한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행복으로 가기 위한 '도구'로서 특별해지고 싶었던 것이지, 그저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 그 자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

2. 슈퍼스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쌓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화려한 삶을 꿈꾸는 사람.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에이, 인기 많은 연예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초점은 인기가 아니다. 그 사람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적, 즉 행복의 값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해지면 특별해질수록 우리는 평범함과 멀어진다. 평범함과 멀어진다는 것은 타인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지고, 세상과 온전히 어울릴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특별한 사람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된다. 삶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매일같이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조차 제한되며, 지인들과 편안하게 내 속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삶.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나의 상황을 온전히 공감해주지 못하는 지독한 외로움.


흔히들 무대 위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찾아오는 공허함을 말한다. 그 공허함의 본질은 결국 '외로움'이다. 수많은 사랑을 받아도 정작 내가 마음 놓고 사랑할 대상은 많지 않고,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드문 그 느낌. 특별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외로운 그림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평범한 일상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가족과 매일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학교생활을 함께한 단짝이 있고, 나를 연예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 봐주는 사람들이 있는 삶. 그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새로운 특별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아까 강조한 인생의 목적이 드러난다. 만약 당신이 2번의 사람(성취와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이라면, 점점 특별해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인정이 외로움을 상쇄하고 행복을 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1번의 사람(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채 깊은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결국 진정으로 그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1번의 사람들이 나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각자가 지향하는 '행복 추구미'가 다를 뿐이다.


나도 그랬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받고 싶었을 뿐, 그 이상의 의사소통과 교류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심리학을 공부하며 사람들과 대화하고, 나의 영향력으로 누군가 행복해질 때 비로소 일로서의 행복감을 느낀다. 가족들과 밥을 먹고 여행을 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지금 이 일상이 너무나 소중하다.


모두의 삶은 저마다 특별하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절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별로라거나 아무나 못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행복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타인이 정의하는 '특별함'이 무조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남들의 눈에는 내 기준의 평범한 상황이 특별해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내 눈에는 타인의 상황이 특별해 보여 부러울 수도 있다. 우리는 대개 갖지 못한 것들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 상황이 나에게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특별하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삶이란 평범함을 넘어선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르기에 존재 자체로 이미 특별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행복 추구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깨달은, 진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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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매일매일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하루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애쓰며 살아간다.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모든 시간은 본질적으로 특별하다. 다만 너무나 당연하게 곁에 머물러 있기에, 그것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작년에 설레는 마음으로 떠났던 여행,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낸 특별한 기념일, 간절히 원했던 승진이나 시험 합격의 순간들. 물론 이런 날들은 우리 인생에 화려한 하이라이트로 남아 행복한 기억이 되어준다. 하지만 삶의 진짜 밀도는 그 화려한 정점들이 아닌, 무수히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숨어있다.


한번 찬찬히 떠올려 보자. 오늘 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을이 유난히 붉고 예뻐 보였던 순간. 문득 바라본 부모님의 뒷모습이 전보다 작아 보여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던 날, 배가 고플 때 먹은 밥 한 끼가 유독 따뜻하고 맛있었던 기억. 그리고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누웠을 때 몸을 감싸는 그 포근하고 아늑한 편안함. 무엇보다 밤에 누워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조잘조잘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곁에 있다는 사실.


이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이 촘촘히 모여'나라는 사람의 우주를 만들고 있다. 이 당연한 것들을 행복하고 특별한 순간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찰나, 우리의 하루는 놀랍게도 그 색채가 변한다. 나의 평범한 하루를 온전히 사랑하고, 그 안의 사소한 기쁨들을 소중히 기록하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빛나는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나는 평범함을 긍정한다. 억지로 특별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당신의 삶은 참 부러운 삶이라는 것을.


결국,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다. 내가 꿈꾸는 '행복 추구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들여다보고, 그 색깔에 맞춰 나의 직업과 나의 일들, 그리고 소중한 나의 하루를 결정하면 그뿐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게 좋아 보여"라며 정답인 양 추천해 주는 것들에 휘둘릴 필요도, 타인의 시선에 억지로 맞춰 당신을 끌고 갈 필요도 없다.


남들의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이 아니라, 내 마음이 편안한 삶. 내 행복의 목적지에 따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채우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작은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다 보면, 그 삶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행복한 삶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 당당히 걸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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